야권에서는 사법리스크를 덜어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선 주자로서 압도적 위상을 갖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주요 대선주자들은 여전히 윤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림에 따라 조기대선 실시가 확정된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윤 전 대통령의 '리턴매치' 구도가 형성될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연합뉴스>
만일 윤 전 대통령이 여권의 대선후보 경선이나 조기대선 정국에 영향을 미진다면 2022년 대선처럼 이번에도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가 형성될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4일 대국민담화에서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 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헌법 제68조 2항에 따라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자격을 상실한 경우 60일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조만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당 대표직을 사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재명 대표께서 출마를 위해 당 대표직을 내려놓을 것”이라며 “바로 조기 대선을 위한 당내 경선 준비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의 비명(비이재명)계나 다른 야당에서 이 대표와 자웅을 겨룰 만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야권의 대선주자는 사실상 이 대표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뒤 즉각 ‘대선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두 달 후면 대선이고 시간은 촉박하지만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선거”라며 “승리를 위해 우리부터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차기 대선을 준비하더라도 윤 전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의원 다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강성지지층과 함께 헌법재판소(헌재)의 선고 전날까지 탄핵 기각을 외쳐왔다.
게다가 현재 국민의힘 내부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친윤(친윤석열)계도 단기간에 윤 대통령을 ‘손절’하기는 어려운 만큼 조기대선 국면에서도 헌재와 야권을 비판하는 메시지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날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친윤계 의원 일부는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들에 관한 당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윤 전 대통령이 구속취소로 자유로운 만큼 직접 조기대선에 영향을 끼칠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 집회에 모습을 나타내거나 강성보수 성향의 유튜브에 출연해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것이다.
▲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한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탄핵반대 집회에서 지지자들이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본격적으로 소위 말하는 강성 극우 유튜브 이런 데 출연하고 집회도 나갈 가능성도 있다”며 “일종의 ‘신스틸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원 50%, 국민여론 50%로 후보가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정후보를 향한 윤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강성 당원들의 표심을 통해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점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는다. 김 장관은 12·3 비상계엄에 관해 사과하지 않는 모습 등을 통해 윤 전 대통령 지지층들의 마음을 얻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 영향권에서 벗어나야 미래지향적인 경선이 가능한데 정치적 탈상하는 과정이 최소 한 달 가까이 걸리고 그 기간에 경선이 끝날 것”이라며 김 장관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김 장관처럼 친윤 성향의 인물이 국민의힘 최종 대선후보로 결정된 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맞붙는다면 ‘이재명 vs 윤석열’ 구도가 형성될 공산이 크다.
‘이재명 VS 윤석열’ 구도가 만들어진다면 대선기간 동안에도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의 과정과 결과, 책임공방 논쟁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총선은 ‘회고적’ 투표, 대선은 ‘미래지향적’ 투표라는 선거공식이 깨지게 되는 셈이다.
김상일 시사평론가는 YTN 뉴스정각에서 “윤 전 대통령이 사저 정치를 하시면 ‘윤석열 대 이재명의 구도’는 계속 가게 되는 것”이라며 “지난 대선과 구도가 똑같아지고 국민들은 계속해서 윤석열 정권의 심판은 끝나지 않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