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5-04-04 12: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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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양식품이 '트럼프 관세'에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이사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트럼프 관세’로 가장 타격을 받을 식품기업으로 삼양식품이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현지 생산공장이 하나도 없는데다 당장 불닭볶음면에 관세 25%가 붙으면 어떤 식으로든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양식품은 내부적으로 미국 정부의 관세 25% 부과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격 인상과 손해 감수 두 가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무엇을 선택해도 삼양식품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관세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려면 가격 인상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삼양식품이 미국에 팔고 있는 불닭볶음면 관련 제품의 가격은 현지 주요 경쟁기업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미국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불닭볶음면 까르보나라 제품의 가격은 5개에 6.88달러다. 개당 1.38달러인 셈이다.
▲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이사가 ‘트럼프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쥔 카드가 별로 없어 보인다. 삼양식품은 가격 인상이나 손해 감수로 대응해야 하지만 어느 쪽이든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 라면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일본 토요스이산의 경우 자회사 마루찬을 통해 주요 제품을 24개, 7.20달러에 판다. 1개당 0.30달러로 불닭볶음면 까르보나라의 4분의 1 수준이다.
점유율 3위인 일본 닛신 역시 주요 제품인 톱라면 24개 한박스 기준으로 치킨맛 6.98달러, 소고기맛 5.94달러 등에 판매한다.
일본 라면 1개의 중량이 일반적인 한국 라면보다 가볍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무게 기준으로도 삼양식품의 가격은 다른 일본 기업보다 최소 3배 이상 비싸다.
이런 상황에서 삼양식품이 가격 인상이라는 카드를 선택하면 점유율 확대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삼양식품이 이른바 ‘불닭신드롬’에 힘입어 미국에서 매출을 빠르게 확대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 저항선을 넘는 수준에 제품을 팔게 되면 이런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 될 수 있다.
삼양식품의 해외 지역별 수출 현황을 보면 미국은 삼양식품의 주요 수출국가 가운데 가장 빠르게 규모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수출은 82.1% 늘었다. 이는 유럽 69.0%, 오세아니아 46.1%, 중동 36.5%, 아프리카 26.9%, 중국 25.5%, 동남아 23.9%, 일본 21.8% 등을 크게 앞선다.
두 번째로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면 이익을 포기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삼양식품으로서는 큰 손해일 수밖에 없다.
삼양식품이 지난해 미국법인에서 낸 매출은 2억8천만 달러로 현재 환율로 계산했을 때 4천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관세 25%가 붙는다면 이를 전부 삼양식품이 부담해야 하는데 손해를 봐야 할 금액이 1천억 원에 육박한다.
미국법인 매출이 오름세를 보였던 점을 감안할 때 짊어져야 할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양식품의 미국 수출은 최근 3개년 평균 성장률이 49.6%에 달한다. 올해 미국법인에서 얻는 매출이 6천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는데 관세로만 1500억 원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 삼양식품은 미국법인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양식품이 2024년 거둔 영업이익이 3442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로만 한 해 영업이익의 43.6%를 날리게 되는 셈이다.
삼양식품이 쓸 수 있는 최선의 카드는 미국 현지공장 건설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부지를 물색하고 땅을 매입해 건설 계획을 짜도 최소 3년 이상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다. 몇 년 동안은 실효성이 없을 수밖에 없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가격 인상과 손해 감수뿐 아니라 국가와 경쟁기업의 움직임 등 여러 방면을 검토하고 있다”며 “대응 방안을 결정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이사의 대응이 주목된다.
김 대표는 롯데제과 공장장 출신으로 2016년 롯데제과 자문으로 물러난 뒤 그해 말 삼양식품에 입사했다. 이후 삼양식품 익산공장장, 면스낵부문장, 원주공장장, 생산본부장 거쳐 2023년 8월 각자대표이사에 올랐다. 2023년 10월 전무로 승진했고 그 후 1년1개월 만인 2024년 11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승진가도를 달렸지만 트럼프 관세 탓에 수장으로서 사실상 첫 위기에 몰렸다고 볼 수 있다.
삼양식품은 미국 수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밀양2공장을 쓰겠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이는 김동찬 대표가 수장에 오르던 2023년 8월 결정된 일인데 밀양2공장의 물량 대응 방안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