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무탈했던 4대 금융지주 주총, '주주가치 제고' '내부통제 강화' 그리고 '회장'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5-03-26 16: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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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비즈니스포스트] 정기주주총회는 주식회사에서 1년 중 가장 중요한 행사다. 4대 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대표이사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대표 등 주요 임직원과 국내외 주요 주주들이 참석해 더없이 진중한 분위기에서 정기주주총회가 진행된다.
전날 하나금융에 이어 26일 KB금융과 신한금융 우리금융까지, 4대 금융지주의 3월 정기주주총회가 무탈하게 끝났다.
몇몇 주총에서 분발의 의미를 담은 아쉬운 목소리도 나왔으나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4대 금융이 이번 주총에 올린 모든 안건은 참석한 주주들의 “제청합니다”라는 낮고도 힘찬 목소리로 의결됐다.
▲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를 이끌고 있다. < KB금융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
이번 4대 금융 주총의 핵심은 주주가치 제고와 내부통제 강화로 평가된다.
4대 금융 모두 이번 주총에서 분기배당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관을 개정했다.
분기배당 규모를 결정한 뒤 배당 받을 주주를 확정하도록 절차를 개선한 것인데 투자자가 분기배당으로 얼마를 받을지 알고 난 뒤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주가치를 높이는 정책으로 평가된다.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를 두도록 정관을 고치고 이사회 역할에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정책의 수립 및 감독’을 새롭게 명시한 것도 이번 4대 금융 주총의 공통점이다.
지난해 7월 시행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 관련 내용을 정관에 반영한 것인데 이사회에 내부통제 역할을 더욱 강하게 부여해 금융사고를 막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번 4대 금융 주총의 또 하나의 특징은 4대 금융의 정관 개정안이 서로 안건을 바꿔도 무방할 정도로 내용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4대 금융 모두 주총을 통해 올 한 해 주주가치 제고와 내부통제 강화에 힘쓰겠다는 점을 핵심 과제로 내세운 것인데 주주가치와 내부통제는 다소 상충되는 개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 매입·소각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돈을 잘 벌어야 하는데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26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신한금융>
또한 주주가치 제고는 주주들이 원하는 것이다. 내부통제 이슈가 좀 있더라도 돈을 많이 벌어 주가가 오르고 배당을 많이 주면 주주들의 만족도는 높아진다.
반면 내부통제는 주주보다는 내부구성원들에게 중요한 문제다. 금융사고가 터지면 이미지 하락에 따른 사기 저하가 뒤따른다. 올해부터는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회장과 임원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까지 맞을 수 있다.
대표이사 회장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회장은 주주와 내부구성원의 이해관계를 동시에 공유한다. 회장은 내부구성원인 동시에 주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임기가 정해져 있는 4대 금융 회장에게 주주가치 제고와 내부통제 강화는 딜레마일 수 있다.
수익성을 좀 포기하더라도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싶지만 주주들의 원성을 들을 수 있고, 반대로 수익성을 위해 무리한 영업목표를 제시한다면 불완전 판매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상황에서 한 가지 더 힘줘야 할 것을 꼽으라면 단연 내부통제다.
내부통제에 실패한다면 대규모 일회성비용이 발생해 수익성 악화는 물론 주주가치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더군다나 지금은 금융권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는 책무구조도가 시행돼 1호 제물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책무구조도 1호 적용 금융사라는 낙인이 찍히면 신뢰 회복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26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리금융>
반면 주주가치 제고는 실패한다고 해도 내부통제 시스템에 타격을 주진 않는다. 주주가치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내부통제가 더 상위 개념, 즉 기본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4대 금융의 주총 시즌이 시작한 전날 금융감독원은 IBK기업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에서 발생한 여러 부당거래 검사 사례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 4대 금융 사례가 없다지만 예고 없이 다가오는 금융사고의 특성상 내부통제 실패 사례는 언제든 4대 금융의 일이 될 수 있다.
함 회장은 주주들로부터 80%가 넘는 높은 지지를 받았다. 3년 전과 비교해 찬성률이 2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하나금융은 함 회장 1기 시절 실적 개선에 힘입어 주주환원을 크게 늘렸지만 동시에 내부통제 측면에서도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평온한 시절을 보냈다. 주주가치 제고와 내부통제 강화가 양립하는 사례를 잘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내년 3월에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임기가 끝난다. 4대 금융 중 2곳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열리는 만큼 내년 주총은 회장 연임 이슈가 올해보다 더 뜨거울 것이다.
올 한 해 4대 금융을 포함한 금융권에 큰 금융사고가 없기를 바란다. 동시에 주주가치도 높여 많은 주주들의 찬성으로, 설사 모를 외풍에도 흔들림 없이, 4대 금융의 안정적 지배구조 흐름이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그것은 K-금융의 위상이 높아지는 길이기도 하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