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MS와 AI·데이터센터 한배 타다, 조주완 AI 냉각사업 호조로 4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 바라봐
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5-03-26 15: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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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냉각공조 등 다양한 협력을 강화하며 올해 실적 상승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데이터센터 냉각공조, 양자컴퓨터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며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전통적 가전제품 사업이 중국 추격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올해 MS에 데이터센터 냉각공조기를 대량 공급하며 4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마이크로소프트 AI 투어 인 서울’ 참석 차 한국을 방문한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이번 회동에서 두 CEO는 AI와 관련한 다양한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특히 양사가 함께 개발하고 있는 가전제품과 연동되는 AI 에이전트 협력과 MS 데이터센터 칠러(냉각기) 공급 규모를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 사장은 급격히 성장하는 인도 시장에서 MS와 함께 AI 기술 개발을 추진하자는 제안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의 우수한 연구개발(R&D) 인력이 그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 사장은 나델라 CEO와 회담을 마치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에 “AI가 모든 산업을 혁신하는 시대에 비전 있는 파트너십을 갖는 것은 매우 소중하다”며 “AI 에이전트 공동 개발, 데이터센터 협력, 인도 시장에서의 여정을 중심으로 미래 전략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양자컴퓨터와 관련한 협력도 논의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나델라 CEO가 지난 2월20일 자신의 링크드인에 양자 컴퓨팅에 관련한 글을 올리자, 조 사장은 댓글로 “차세대 컴퓨팅 혁신에 대한 기대가 크며, (LG전자와) 잠재적인 협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협업을 제안했다.
MS는 올해 2월 세계 최초의 양자 프로세서인 ‘마요리나1’을 선보였다. 손바닥 크기의 프로세서는 양자 컴퓨팅 단위인 큐비트를 단일 프로세서에 100만 개 이상 집적할 수 있다.
나델라 CEO는 마요리나1을 두고 “실용적인 양자 컴퓨터 개발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는 기존 예측을 깨고, 몇 년 안에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MS와 협력 강화는 LG전자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KB증권은 LG전자가 올해 1분기 매출 22조4천억 원, 영업이익 1조4천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 3% 증가한 수치다.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0% 증가한 4조1천억 원으로, 2021년 이후 4년 만에 최대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했다.
1분기 실적 상승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는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인 ‘칠러’ 매출 증가가 꼽혔다. 최근 MS는 데이터센터 냉각기인 LG전자 칠러와 액체냉각 시스템의 최종 품질 인증을 마쳤고, 연내 대량 주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와 MS와 공동 개발 중인 ‘스마트홈’과 연동되는 AI 에이전트 역시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이날 MS의 ‘AI 투어 인 서울’ 행사에서 스마트홈 로봇 ‘Q9’을 공개했다.
▲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왼쪽 세번째)와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왼쪽 두번째)가 26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개최된 'MS AI 투어'에 참석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조주완 링크드인>
정기현 LG전자 부사장은 “Q9은 생활 패턴을 학습해 소통하는 ‘퓨론’에 MS AI 기술 접목으로 가전뿐 아니라 고객 중심의 모든 요소와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멀티 AI 홈 허브' 전략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홈을 비롯해 자동차, 모바일, 공항 등 다양한 공간에서 활용 가능한 AI 에이전트는 2026년 세계 보급률이 80%에서 10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가전제품 등을 판매해 7억 명에 달하는 사용자 빅데이터를 AI 에이전트 학습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MS와 협력을 통해 높은 효율의 AI 알고리즘 개발로 상당한 AI서비스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조 사장이 LG전자의 AI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최근 부진한 가전 사업을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이 LG전자 북미 가전 수출 생산기지인 멕시코에 내달부터 25% 관세 부과를 추진하면서, LG전자의 미국 매출에 악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테네시 공장으로 생산기지를 옮긴다는 계획이지만, 이전에는 수천억 원의 비용이 예상된다.
세계 가전 수요도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가전 판매 규모는 33조978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조8300억 원(5.1%) 줄었다. 2021년 38조2080억 원과 비교하면 4조2300억 원(11%)나 감소한 수치다. 올해도 가전 수요 회복은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지난해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미쳤던 해운 운임 등 물류비 감소와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새로운 시장 개척은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