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몸집 키우기로 증권업계 평정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11일 모기업 한국금융지주로부터 신종자본증권 형태로 7천억 규모의 자금을 공급받는 계획을 밝혔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있지만 발행사의 결정으로 연장할 수 있는 채권이다. 영구채로 인식돼 회계처리 시 자본으로 인정되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말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규모는 별도기준으로 9조3182억 원이었다. 이번 발행이 이뤄지면 자기자본규모가 10조 원 넘어서게 된다.
한국투자증권이 몸집을 키우는 이유는 새로 발표될 종합투자계좌(IMA) 운영 가이드라인에 맞춰 국내 첫 IMA 운용사 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IMA란 증권사가 고객의 예탁금을 기업금융에 투자해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발행어음과 달리 자금 조달 한도가 없어 증권사가 더 많은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다만 자기자본규모 8조 원 이상의 증권사에게만 허락된다는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또 2016년에 도입됐지만 9년 째 인가를 얻은 증권사가 없어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도 받았다.
금융위는 이를 해결하고자 지난달 발표한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올해 1분기 안에 IMA 인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업계는 금융위원회가 3월 안에 IMA 사업 관련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한국투자증권은 11일 한국금융지주에 7천억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먼저 IMA 사업자 인가를 신청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8조 원이 넘는 자기자본을 보유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둘뿐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본규모가 더 큰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지난해 말 기준 9조7909억 원의 자본을 보유했고 최근 10조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체급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2023년 6월 한국금융지주를 상대로 4천억 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자본건전성 확보 측면에서도 자본 확대는 중요하다. 자기자본이 많아지면 부채비율은 줄어든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부채비율은 796.82%였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의 부채비율 840.99%보다 낮았다. 다만 부채에 포함되는 발행어음 규모에서 차이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발행어음이란 자기자본 4조 원을 넘겨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위를 얻은 증권사가 발행하는 단기 금융상품을 뜻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는 16조4865억 원이었다.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인 발행한도를 95% 이상 소진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는 7조8921억 뿐이었다. 한도의 약 40%만 사용한 셈이다.
실적 측면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앞서 나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순이익 1조1123억 원을 올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의 8937억 원을 웃돌았다.
시장에서도 한국투자증권의 IMA 진입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융지주 주가는 11일 신종자본증권 발행 발표 뒤 12일까지 2거래일 동안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도에는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1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투자증권의 높은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 노출 금액과 발행어음 비중 등 부담요인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자본적정성 제고와 시장지위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하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