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5-03-0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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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경기 불확실성에 따라 미국 장기채 가격이 오르며 국내 미국 30년 국채 ETF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30년 국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 떠오르며 올해 들어서도 외형 확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장기채 가격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 ETF시장에서는 액티브와 커버드콜, 스트립, 엔화노출 등 미국 30년 국채에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상장돼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F시장에서는 미국30년 국채에 투자하는 15개 상품(인버스, 주식채권 혼합상품 제외)이 거래되고 있다.
15개 상품의 6일 기준 순자산총액은 6조2천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5조6천억 원에서 10.5%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ETF시장 규모가 173조6천억 원에서 186조1천억 원으로 7.2% 커졌다는 점 고려하면 시장 성장률을 웃도는 빠른 증가세다.
15개 상품 모두 올해 들어 순자산총액이 늘고 가격도 상승했다.
7일 종가 기준 엔화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H)’가 8.55% 상승하며 가장 많이 올랐다.
지수 움직임의 2배를 추종하는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H)’와 또 다른 엔화 노출 상품인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가 각각 8.31%와 8.19% 오르며 상승률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미국 30년 국채 ETF 상품은 기본적으로 미국 30년 국채 가격에 연동돼 움직인다.
올해 들어 미국 경기침체 공포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미국 30년 국채 가격이 오르며 ETF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다.
국채는 발행 가격과 향후 받는 이자가 고정돼 있어 발행 이후 시장에서 거래될 때는 가격과 수익률(금리)이 반대로 움직인다.
이미 발행된 국채를 싼 값에 살수록(가격 하락) 수익률이 높아지고 비싸게 살수록(가격 상승)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인데 올해 미국 30년 국채 수익률은 1월 중순 4.987%까지 오른 뒤 지난주 4.5%대로 밀렸다. 3일에는 올해 들어 처음 4.5%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최근 미국 30년 국채 수익률 하락 요인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불확실성에 따른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꼽힌다.
경기침체에 대비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미국 장기채 수요가 늘고 이에 따라 30년 국채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올해 안에 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점도 미국 장기채 가격 상승을 이끄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기존 높은 금리로 발행된 국채는 수요가 늘며 가격이 오르는데 이때 장기채는 단기채보다 만기가 긴 만큼 상대적으로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 30년 국채 수익률은 3년 전 만해도 2% 초반대에 그쳤고 세계 주요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해 한창 자금을 풀던 2020년 초에는 1% 초반대에서 움직였다.
현재 미국 30년 국채 수익률은 물가를 잡기 위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크게 올랐는데 향후 기준금리가 추가로 내려간다면 따라서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현재 국내 ETF시장에서 순자산총액이 가장 큰 미국 30년 국채 관련 상품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로 최근 2조 원을 넘겼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한국투자신탁운용 ETF 가운데 유일하게 순자산 규모 2조 원이 넘는 상품이다.
▲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월 말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순자산총액이 2조 원을 넘겼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국내 최초 현물형 미국 장기채 투자 ETF다. 비교지수로 미국 30년 국채 가운데 잔존만기 20년 이상인 채권을 편입하는 ‘블룸버그US트레저리20+이어즈토탈리턴인덱스’를 따른다.
두 번째로 순자산총액이 큰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액티브(H)’로 1조3천억 원 규모다. 이 ETF는 미국 30년 국채에 투자하며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해 매월 1% 이상의 분배금을 추구한다.
커버드콜은 주식을 매수하면서 동시에 콜옵션(주식 등을 특정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하는 전략으로 지수 하락시 가격 방어력은 높지만 지수가 오를 때 상승폭을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H)’으로 순자산총액이 7천억 원대에 이른다.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H)는 미국 30년 국채의 원금이자분리채권(스트립채권)을 주로 편입해 만기(듀레이션)가 긴 것이 특징이다. 스트립채권 30년물 듀레이션은 28~29년으로 일반 30년물 국채 ETF보다 50% 가량 더 길다.
채권 듀레이션은 일반적으로 가격 변동성과 비례한다. 이에 따라 TIGER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는 일반 국고채30년 ETF보다 더 큰 변동성을 지닌다.
올해 들어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H)’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도 눈여겨 볼 상품으로 꼽힌다.
엔화노출 상품은 미국 30년 국채 투자에 따른 자본 차익과 엔화 가치 변동에 따른 환차익을 동시에 추구한다. 미국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에 따라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더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것이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미국 장기채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미국 기준금리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ETF로 상품 종류가 다양한 만큼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을 골라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