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3-06 14: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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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3년 9월 자신의 체포동의안 국회 가결을 두고 비명(비이재명)계와 검찰이 짜고 한 일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비명계 인사들과 잇달아 회동하며 당내 통합행보를 이어왔는데 이번 발언으로 비명계와의 관계가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이 커진 듯하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3년 9월 자신의 체포동의안 국회 가결과 관련해 당시 비명계가 검찰과 짰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5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이와 같은 발언을 내놓고 있다. <매불쇼 유튜브 갈무리>
6일 더불어민주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비명계는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관련 발언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주자와 릴레이 회동을 하면서 말한 통합이 거짓말이고 쇼라는 것”이라며 “저 역시 지금도 말없어 민주당에 있는 내부의 비판세력을 겨냥한 분열의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 대표는 5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서 2023년 9월 자신의 체포동의안 국회 가결에 대해 “예상한 일이었다. 당시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벌인 일과 당시 당내 움직임 등을 맞춰보니 당내 일부하고 (검찰이) 다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했다.
국회는 2023년 9월 본회의에서 대북송금·백현동 개발 비리 혐의를 받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295명 가운데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한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 111명과 정의당 6명, 시대전환 1명, 한국의희망 1명, 여권 성향 무소속 의원 2명 등 가결표가 예상되는 120명을 제외하고도 민주당에서 최소 29명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이 대표는 가결파 의원들을 향해 “제가 그들을 구체적으로 제거하지 않았지만 책임을 물어야 민주적 정당”이라며 “민주당을 사적 도구로 쓰고 상대 정당, 폭력적 집단과 암거래하는 이 집단이 살아남으면 당이 뭐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이번 발언은 '당의 기강을 잡아야 한다'는 의도와 무관하게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명계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당내 분란으로 확산할 조짐까지 보인다.
친명(친이재명)계로 꼽히는 정청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솔직해지자, 이 대표 체포동의안 때 검찰부역자들과 통합하자고 말하기 전에 그들에게 사과반성부터 하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이라고 말하는 게 진정한 통합행보 아닌가”라며 이 대표 발언을 옹호하고 나섰다.
▲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의 발언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갈무리>
반면 친문(친문재인)로 분류되는 고민정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대표) 개인적 속내에 어떤 분노와 증오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 발언으로 인해서 (정책과 통합 행보라는) 두 가지 공든 탑이 다 가려지게 돼버릴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통합행보가 물거품이 될 수 있음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이 대표는 ‘비명계와 검찰이 짰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추측‘이라고만 밝혔다.
이 대표는 유튜브 방송에서 “(민주당 유력인사가) 나한테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것, 협상으로 제시한 것 이런 걸 맞춰보니까 이미 다 짜고 한 짓이거든요”라며 “증거는 없고 추측이지”라고 말했다.
이에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기자들의 질문에 "민주당 의원이 검찰과 (짜고) 그런 식으로 할 것이라고는 상상이 안 된다"고 말했다.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는 5일 곧바로 입장문을 통해 “이 대표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동료 의원들이 검찰이나 국민의힘과 내통했다고 한 것은 동료에 대한 인격모독이고 심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비판했다.
비명계는 개헌 등을 앞세워 이 대표를 견제하고 있었는데 이번 발언을 계기로 더욱 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의 이번 발언은 너무 성급한 측면이 있었다”며 “이 대표가 통합행보를 보이면서 비명계 대선주자들의 ‘일극체제 비판’ 같은 주장이 민주당 지지층에게 명분을 잃어가고 있었는데 괜히 공격할 빌미만 만들어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최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박용진 전 의원 등을 잇달아 만나면서 ‘당내 통합’을 강조해 왔는데 스스로 통합과 거리가 먼 발언을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발언이 자신의 지지층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의 통합 행보를 두고 강성 지지층에서는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번 가결파 의원들에 대한 비판을 통해 정서적 유대감을 재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용주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매불쇼는 좋았을 것이고 그 지지층들도 열광했을 것"이라며 "(이 대표가 유튜브 방송에) 맞춤형 발언을 한 것 같은데 민주당은 또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실언"이라고 바라봤다.
특히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 대표가 조기대선이 펼쳐졌을 때 다른 야당과도 힘을 합쳐 정권교체를 이뤄내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민주당 내부 통합에 걸림돌이 될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진단이 적지 않다.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친명계와 비명계가 서로 싫어하는 건 당연하지만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며 “검찰과 내통을 했다는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자신의 발언이 가져올 후폭풍을 인지한 듯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이미 다 지난 일이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 될 일은 어쨌든 당에 있는 모든 역량을 다 모아서 이 혼란상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