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2025-02-24 16: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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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이 트럼프 정부가 일으킨 의약품 관세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뇌전증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미국 현지 생산기지를 확보하면서 공급망을 다변화한 덕분이다.
▲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이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현지 생산기지를 확보해 트럼프발 의약품 관세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하는 의약품에 25% 이상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 백악관에서 글로벌 제약사들과 비공개 회의를 갖고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제조업 주권을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의약품 가격 상승도 감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관세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그 가운데 SK바이오팜은 지난해 이미 뇌전증치료제 세노바메이트 위탁생산(CMO) 시설을 확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미국 내 공급 물량 안정화를 위한 이동훈 대표이사 사장의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된다. SK바이오팜은 유럽과 캐나다 등 다른 나라에는 협력사를 통해 진출했지만 미국에서는 직판 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생산시설 확보가 필수적이다.
SK바이오팜은 자체 생산 설비가 없어 전량 외주 위탁생산하고 있다. 미국 수출 물량은 국내에서 SK바이오텍으로부터 원료의약품을 공급받고, 캐나다에서 완제의약품을 제조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생산기지가 추가되면서 공급 물량 조절이 보다 수월해졌다. 앞으로 미국에서 의약품 관세를 물린다면 미국 생산 물량을 늘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제조사를 2개 이상 확보하기 위해 생산 다변화 전략을 세우고 약 2년 전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기 위해 준비했다”며 “관세 이슈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동훈 사장은 동아쏘시오그룹을 거쳐 SK그룹에서 바이오 분야 투자를 주도한 투자 전문가다. SK그룹에 합류한 이후에는 SK와 미국 '로이반트' 합작법인 ‘프로테오반트’ 설립과 SK팜테코의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위탁개발생산기업 이포스케시 인수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세노바메이트는 2029년 연매출 1조 원을 올리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SK바이오팜 대표를 맡은 2023년 1월부터는 세노바메이트의 판매 확대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 세노바메이트는 2029년 연매출 1조 원을 올리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SK바이오팜 >
조정우 전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이 세노바메이트 출시를 이끌었다면 이 사장은 세노바메이트를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성장시킬 기반을 다지고 있는 셈이다.
이 사장은 취임 신년회에서도 세노바메이트 매출을 극대화와 차세대 파이프라인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세노바메이트 미국 매출은 2021년 782억 원, 2022년 1692억 원, 2023년 2708억 원, 2024년 4387억 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SK바이오팜이 흑자전환 하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세노바메이트는 원가가 저렴한 저분자 약물 특성상 SK바이오팜이 매출 총이익률 90%, 영업이익률 18% 수준의 높은 이익률을 기록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면서 “미국에서 월별 처방 건수도 경쟁 약물 대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 매출 확대에 힘입어 2024년 연결기준 매출 5476억 원, 영업이익 963억 원을 내면서 연간 흑자전환했다. 세노바메이트는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이익 극대화 구간에 접어들면서 직판 구조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시장 확장 가능성도 크다. 미국에서 세노바메이트는 현재 성인 대상 부분 발작으로 처방되고 있지만 전신발작 및 소아 적응증 확대를 위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세노바메이트는 2029년 연매출 1조 원을 올리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