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가 인텔 반도체 사업 일부를 인수하거나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쪽으로 협업을 추진한다면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대만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인텔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미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인텔의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이나 공장을 인수하는 등 방식으로 협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만약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경쟁력을 확보하기 더 어려워져 TSMC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19일 “TSMC가 인텔의 구원자 역할로 떠오르고 있다”며 “다음 대상은 삼성전자와 일본 라피더스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라피더스가 첨단 파운드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인텔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인텔은 최근 반도체 제조사업에 무리한 투자를 벌인 결과로 심각한 재무 위기를 겪고 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한 데 이어 회사를 매각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트럼프 정부는 TSMC가 인텔에 직접 자금을 투자하거나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기술을 공유하는 등 방식으로 적극 지원에 나서기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TSMC가 대만에서 생산하는 반도체에 수입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거론하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TSMC에 제공하기로 한 투자 보조금 및 세제혜택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정부에서 이를 철회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디지타임스는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반도체 시장 지배력을 되찾겠다는 목적으로 TSMC의 역할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TSMC가 미국의 압박에 타격을 최대한 피하는 쪽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TSMC가 인텔 파운드리 사업 전체나 미국 내 공장을 인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디지타임스는 TSMC와 인텔의 협업이 현실화되면 4나노 이하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더 취약한 위치에 놓이도록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역시 인텔과 같이 파운드리 사업에서 대형 고객사 확보에 실패하며 장기간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타임스는 “TSMC가 인텔을 인수한다면 미국 고객사의 반도체 주문을 사실상 독점할 수 있다”며 “이는 삼성전자에 더 험난한 길이 열리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결국 TSMC에 첨단 반도체 생산을 맡길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졌다.
일본 라피더스 역시 TSMC와 인텔의 협업에 타격이 불가피한 기업으로 지목된다. 라피더스는 올해 2나노 반도체 시범 생산을 시작한 뒤 파운드리 시장에 본격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라피더스도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어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데다 외부 고객사 윤곽도 불투명해 반도체 수주 경쟁에서 뒤처질 공산이 크다.
디지타임스는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이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고 있다며 TSMC를 제외한 기업들에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TSMC가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관세 압박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가 향후 파운드리 산업 지형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TSMC는 미국 내 반도체 공장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방식으로 인텔 인수 또는 합작법인 설립에 대안을 제시해 트럼프 정부를 설득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