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애 기자 grape@businesspost.co.kr2025-02-18 17: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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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신탁이 본업에서 영업이익을 내는데도 투자회사인 동부건설의 부진으로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순손실을 봤다.
김성진 한국토지신탁 대표이사 내정자 사장은 올해 첫 임기를 맡으며 본업에서도 업황 악화와 규제 강화에 따라 만만치 않은 사업환경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토지신탁이 투자한 동부건설 부진으로 순손실을 보고 있다.
18일 신용평가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한국토지신탁은 지난해 양호한 영업실적을 거뒀지만 투자한 건설사들의 부진한 실적의 영향을 받아 순손실을 낸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매출 2210억 원, 영업이익 663억 원, 순이익 280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2023년에는 별도기준으로 매출 2050억 원, 영업이익 337억 원, 순이익 252억 원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모두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한국토지신탁의 자체 사업 실적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선주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지난해 토지신탁사업 매출과 수익성이 모두 양호했다"며 "수수료 수익이 개선됐고 상대적으로 경쟁사 실적이 둔화하면서 시장점유율이 2023년보다 상승했다"고 말했다.
토지신탁사업 관련 충당금적립 부담이 줄어든 것도 자체사업의 순이익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한국토지신탁은 투자회사를 포함한 연결기준으로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순손실을 봤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해 연결기준 순손실 44억 원을 거뒀다. 2023년에는 순손실 77억 원이 났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실적과 관련해 "영업비용을 절감해 영업이익은 늘었으나 투자회사의 손실이 연결되며 순손실이 났다"고 설명했다.
한국토지신탁의 연결기준 적자는 투자회사인 동부건설의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과 관련이 깊다.
한국토지신탁은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동부건설 지분 절반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동부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6883억 원, 영업손실 967억 원을 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그나마 또다른 투자회사인 HJ중공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8846억 원, 영업이익 93억 원, 순이익 87억 원을 거뒀다.
부동산 업황의 부진으로 한국토지신탁은 자체 토지신탁사업뿐만 아니라 투자한 건설사에 연결실적이 영향을 받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저하는 미준공∙미분양∙미입주 위험을 높여 신탁사의 대손비용을 높인다. 한국토지신탁은 미분양 준공사업 적체되면서 장기 미회수 신탁계정대여금 비중이 높아져 자산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진 상태로 평가받는다.
한국기업평가가 17일 발표한 '부동산신탁사 14곳을 대상으로 2024년 4분기 실적 점검'에서도 부동산신탁사들이 영업실적 저하 및 충당금 적립 등으로 4055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한국토지신탁은 비록 자체 신탁사업에서 순이익을 냈으나 자산건전성 부담이 커진 점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최근 정부가 내놓은 토지신탁 관련 규제 강화의 영향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토지신탁 내실화를 위한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의 실질위험을 반영토록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산정기준을 정비하기로 했다.
자기 자금을 투입하지 않는 관리형 토지신탁에만 적용되는 책임준공의무에 따른 NCR 위험액 산정 방식을 책임준공의무가 있는 모든 토지신탁으로 확대·적용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충당금 적립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자기자본 대비 토지신탁 위험액 한도도 도입한다. 이는 부동산신탁사가 영위하는 토지신탁 사업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위험액이 자기자본을 초과하지 않도록 사업수주를 점검하기 위한 조치이다. 공격적 영업에 제한이 가해질 수 있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한국토지신탁은 2023년 매출 기준 시장점유율 11%로 2018년 20%를 상회했던 시장점유율이 경쟁 심화 등으로 크게 하락했다"며 "최근 신규 수주가 감소하는 등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실적 및 시장지배력 회복에 시일이 다소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럼에도 한국토지신탁은 올해 풍부한 자본력에 기반한 공격적 수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해 내정된 김 사장은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에 공식 취임한다.
▲ 2024년 3분기 기준 한국토지신탁의 수도권 도시정비 사업 수주 현황. <한국토지신탁>
김 사장은 대구 경신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 한국토지신탁 창립 멤버에 입사한 뒤 약 25년간 재직했다. 신탁과 리츠사업 및 영업과 지원, 리스크 관리 업무를 두루 거쳤다.
내부 사정에 정통하지만 첫 임기부터 만만치 않은 영업환경과 마주한 셈이다. 이에 김 사장은 최근 사업 다각화를 방점으로 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한국토지신탁은 도시정비사업 1개 본부를 추가 설치했다. 리츠사업팀은 2개로 늘리고 전략사업팀도 1개 팀을 추가 확보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이런 사업 다각화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선주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한국토지신탁은 자기 자금을 투입하는 차입형 토지신탁을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어 사업위험이 높다"며 "정비사업, 리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의 사업 다각화는 사업안정성 측면에 긍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신입사원을 대거 늘려 사업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격적 수주에 나서 외형을 성장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