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풍력발전 타워와 하부구조물 제작업체인 씨에스윈드가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3조 원 고지를 밟으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해 사실상 첫 임기를 맞는 방성훈 씨에스윈드 대표이사가 풍력발전에 ‘적대적’ 태도를 보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에도 단단한 전력 수요를 토대로 성장을 유지할 지 주목된다.
▲ 방성훈 씨에스윈드 대표이사.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씨에스윈드가 올해 미국 시장에서 전력 수요의 증가 추세에 따라 육상풍력을 중심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씨에스윈드 올해 실적 우려는 크지 않을 것이다”며 “주요 시장에서 미국에서 인공지능(AI) 관련 데이터센터와 리쇼어링(생산시설의 본국 이전)에 의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경쟁력이 가장 높은 육상풍력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바라봤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지역에서 해상 풍력 축소는 불가피하나 육상풍력은 저렴한 단가와 전력 수요 증가로 신규 프로젝트 발주가 재개될 것”이라며 “씨에스윈드 주요 고객사 베스타스(Vestas) 수주잔고는 역대 최고치로 높아져 올해 수주 기회도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씨에스윈드는 그동안 북미 매출 비중이 커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는 풍력발전을 ‘쓰레기(Garbage)’라고 지적하며 취임하면 새 풍력발전소를 짓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 뒤 취임 당일 풍력발전 인허가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친환경 보조금 지급 등을 일시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런 씨에스윈드와 관련한 정책 악재를 단단한 전력 수요가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는 것이다. 씨에스윈드가 처음으로 매출 3조 원 고지를 밟았는데 향후 전망도 밝은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씨에스윈드는 지난해 매출 3조709억 원, 영업이익 2754억3796만 원, 순이익 1631억 원을 거뒀다. 2023년보다 각각 102%, 161%, 726% 증가했다.
올해 수주 목표도 16억 달러(약 2조3105억 원)를 제시하며 지난해 수주 금액보다 6% 높게 제시했다.
창업주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현 사내이사)이 지난해 대표이사를 내려놓은 뒤 전문경영인으로 씨에스윈드를 이끄는 방 대표 체제도 한동안 힘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방 대표는 1965년생으로 서울대 산업공학과 학사와 석사를 졸업한 뒤 삼성중공업, IBM 경영컨설팅 이사 등을 거쳐 2010년 씨에스윈드에 입사했다.
씨에스윈드에서는 2003년 설립된 첫 풍력타워 생산기지 및 숙련공 양성 요람 역할을 해 핵심으로 여겨지는 베트남 법인을 비롯해 중국과 캐나다 등 주요 법인장을 맡았다.
2018년부터는 계열사 씨에스베어링 대표를 맡아 기업공개(IPO)를 이끌었는데 2019년 공모청약에서 청약증거금 1조3988억 원(경쟁률 699.67대 1)이 모일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그뒤 지난해 10월 씨에스윈드 대표에 올랐다.
다만 증권업계에선 씨에스윈드 앞날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관련한 정책 불확실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실적 문제는 해결됐고 이제는 정책 불확실성 해소를 기다릴 때”라며 “미국의 첨단생산세액공제(AMPC) 정책 구체적 변경안이 확인되고 금리 하락 등이 주가 상승 요인이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 씨에스윈드 실적은 풍력발전 하부 구조물 기업 인수 효과가 반영되며 큰 폭으로 뛰었다. <하나증권>
씨에스윈드의 지난해 매출 급성장에 토대가 된 해상풍력 시장의 위축 가능성은 여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풍력발전은 크게 육상과 해상으로 나뉜다. 다만 미국에서 육상 발전기는 대부분 사유지에 있어 행정명령 영향에서 벗어나 있지만 해상 발전기는 영해와 대륙붕 지역에 지어져 연방정부 관할 아래 놓여 있어 두 분야의 사정이 다르다.
해상 발전기는 특히 바다에서 이를 지탱하는 하부 구조물이 필요한데 씨에스윈드는 2023년 덴마크 기업 블라트(현 씨에스윈드오프쇼어)를 인수하며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 시장에 진출했다. 인수효과는 2024년부터 온전히 반영됐고 매출도 크게 늘었다.
방 대표는 매출 급증 효과를 본 해상풍력 성장세를 위해 미국 정부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풍력 발전에 부정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변수는 남아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현재 공화당 내부에서도 풍력발전을 둔 이견이 존재하는 가운데 트럼프 정부의 행정명령이 자칫 전력 부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CNBC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미국 동부 해안 수백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주요 프로젝트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며 “몇몇 북동부 주는 당장 해상풍력이 중단된 뒤 뚜렷한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