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5년에도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한 '리밸런싱'과 함께 AI, 반도체 중심의 '질적 성장' 에 초점을 맞춘 경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SK > |
[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주력 자산 매각과 계열사 정리를 통해 ‘리밸런싱’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최 회장은 이를 통해 그룹의 재무구조를 안정화, 기존 ‘양적 성장’에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중심의 ‘질적 성장’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7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2024년 대대적 구조조정으로 성공적으로 몸집을 줄인 SK그룹이 올해 들어서도 석유화학 등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체질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현재 환경관리 자회사 리뉴어스 지분 75%와 리뉴원 지분 100%를 약 2조 원에 매각하는 안을 두고 사모펀드(PEF)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리뉴어스는 SK에코플랜트가 2020년 11월 1조5천억 원에 인수한 국내 최대 수처리 기업이다. 리뉴원은 SK에코플랜트가 폐기물 소각, 매립 자회사 8곳에 대해 8256억 원을 들여 인수합병(M&A)한 바 있다.
리뉴어스와 리뉴원은 당초 SK에코플랜트의 친환경 신사업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SK에코플랜트의 재무구조가 악화하면서 매물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SK에코플랜트의 순차입금 규모는 현재 5조 원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며, 2024년 1~3분기에만 약 2953억 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분리막 자회사 SKIET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에는 지분 100%를 보유한 석유화학기업 SK지오센트릭을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SK지오센트릭은 2022년 영업이익 879억 원, 2023년 영업이익 1937억 원을 거뒀는데, 석유화학 업황이 악화되면서 2024년에는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93억 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SK지오센트릭의 기업가치는 약 2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14일 공시를 통해 “SK지오센트릭 매각설은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린다”고 부인했다.
SK그룹 중간지주사인 SK스퀘어도 지난해 구매자를 찾지 못한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를 매각하기 위해 재무적투자자(FI)를 물색하고 있다. 11번가 기업가치는 5천억~6천억 원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에서 '함께하는 AI, 내일의 AI'를 주제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 SK > |
최 회장은 지난해 계열사 매각과 통·폐합을 통해 SK그룹의 사업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SK는 지난해 12월 SK스페셜티 지분 85%를 약 2조7천억 원에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베트남 유통기업 마산그룹 지분 5.05%와 자회사인 원커머스 지분 7.1%를 각각 2948억 원, 2700억 원에 정리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8월 SK렌터카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8200억 원에 넘겼고, SKC는 반도체 소재 자회사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사업부와 CMP 패드사업부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그 결과, SK그룹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45%에서 2024년 3분기 말 기준 128%로 감소했다. 계열사도 대폭 줄어들었다. 지난해 매각된 계열사는 49개에 이르며, 14개 회사는 청산, 13개 회사는 흡수 합병됐다.
과거 외형 확장 중심의 성장 모델에서 탈피해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동을 건 것이다.
최 회장은 비주력자산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AI, 반도체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그룹 포트폴리오를 근본적으로 바꿔 나간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SK그룹은 2026년까지 AI와 반도체 분야 투자를 위해 계열사를 효율화해 80조 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주요 투자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AI 칩, AI 데이터센터, AI 개인비서 등이다.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82조 원을 AI와 반도체 관련 사업에 쏟아 붓기로 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5년 동안 3조4천억 원을 투입한다.
최 회장은 올해 1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을 통해 “SK는 AI 사업을 글로벌 규모로 확장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파트너십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SK의 에너지솔루션 역량을 통합해 AI 데이터센터 등 핵심 영역의 고객과 파트너를 포함한 AI 밸류체인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SK그룹은 지난해 말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반도체위원회’를 만들었으며, 그룹 전반의 AI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SK텔레콤 주도로 AI 연구개발(R&D) 센터도 신설했다.
SK그룹 중간지주사인 SK스퀘어도 반도체 중심 투자회사로 변모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은 올해도 리밸런싱을 통한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을 지속할 것”이라며 “SK그룹 리밸런싱의 궁극적 목표는 AI와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있으며, 올해부터는 구체적 투자 내용도 하나씩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