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장쑤성에 위치한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태양광 모듈 제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권이 효과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수행하려면 중국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칼럼을 통해 중국이 친환경 기술 분야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어 향후 기후변화 대응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도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증가하는 재생에너지 가운데 약 60%가 중국 국내에 설치돼 중국이 에너지 전환에서 선두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현재 중국은 리튬-이온 이차전지,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등 친환경 기술 제품들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에 올라 있다. 관련 공급망과 원료가 되는 희토류 생산 능력도 세계에서 가장 크게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거의 독점에 가까운 생산 능력을 확보한 탓에 미국과 유럽 등 서방권 국가들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관세 장벽을 세우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타임스는 "205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여부가 점점 불확실해지고 있고 최근에는 캘리포니아에서 대화재가 발생하는 등 지구 온난화에 따른 영향이 명확해지고 있다"며 "세계는 이제 중국에서 생산된 저렴한 풍력과 태양광 기술을 활용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과도한 의존 위험을 고려하면 미국과 유럽이 자체 녹색 공급망을 개발하고 다양화하는 것이 합리적이긴 하다"면서도 "그러나 관세 장벽을 통해 중국의 시장 지위를 저해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를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는 현재 상황과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 10일(현지시각)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6도 더 높았다. 학계 전문가들은 이제 세계 각국이 약속한 기후목표를 이행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은 현재 친환경 제품이 과잉 생산되고 있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이를 활용해 중국에 더 많은 시장 접근권을 허용하는 대신 지적 자산을 공유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어 "중국의 저비용 녹색 기술에 개방성을 유지하면 각국은 비교 우위를 가진 다른 분야에 더 많은 자원을 할당할 수 있다"며 "미국은 탄소포집 기술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면서도 다른 어느 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기후자금 조달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유럽연합은 고급 기후 연구와 개발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짚었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이 각자 가진 장점을 활용해 대응 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친환경 기술 분야에서 우열을 가리는 것보다 기후변화와 경주가 더 중요한 때"라며 "우리가 승리하려면 중국이 가진 친환경 기술을 활용할 전략을 세우고 리스크를 최소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