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가 2015년 3월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열린 개발자 회의(GTC)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초대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엔비디아> |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가 자율주행 및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개발을 지원하는 인공지능(AI) 솔루션을 CES 2025에서 선보이며 테슬라와 ‘물리 인공지능(AI)’ 시장 선점 경쟁을 예고했다.
엔비디아가 인공지능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다수 협업사를 두고 있다면 테슬라는 애초부터 물리 인공지능에 초점을 두고 제조 역량을 키워 서로 다른 강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을 기존 주력 분야인 데이터센터 서버에서 물리적 실물 분야로 확장해 산업 지형을 바꿔낼 구상을 가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차량이나 로봇에 필요한 물리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을 지원하는 플랫폼인 ‘코스모스’를 CES 2025에서 발표했다.
코스모스 고객사는 실제 물리 법칙이 적용된 가상 세계에서 텍스트 프롬프트 입력만으로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어 개발 효율을 높이고 비용 절감 효과도 낼 수 있다.
엔비디아가 자율주행 및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플랫폼 성격의 사업으로 물리 인공지능 시장 선점을 노리는 모양새다.
물리 인공지능은 기존 생성형 언어 모델이나 인공지능 비서(에이전트)가 물리적 현실 세계와 상호 작용하는데 한계를 가진 것과 달리 성장 잠재력이 훨씬 큰 것으로 평가된다.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가 물리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을 사람처럼 보고 이해할 수 있게 해 정해진 동작만 반복하던 단순 기계 이상으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서다.
물리 인공지능 기술로 제품 생산 공장을 운영해 제조 산업 전반에 걸쳐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젠슨 황 CEO는 물리 인공지능 시장이 50조 달러(약 7286조 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보기도 했다.
물리 인공지능에 뛰어든 엔비디아의 행보는 자체 이미지 인식 기반 기술로 자율주행 및 휴머노이드 학습 및 서비스를 구현한 테슬라와 경쟁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테슬라는 전기차와 로봇 양산에 인공지능까지 수직계열화 체계를 갖추고 관련 서비스와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엔비디아가 여기에 뛰어든 셈이기 때문이다.
▲ 엔비디아의 물리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이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엔비디아> |
테슬라는 자율주행 무인 차량호출 서비스인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새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테슬라가 로보택시 운영을 미리부터 예정하고 물리 세계에 최적화한 반도체 HW5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는 점은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지타임스는 “테슬라가 엔비디아 B200에 필적하는 추론 성능을 갖춘 HW5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 세계에 수백만 대 팔린 테슬라 차량에서 상당한 양의 주행 데이터를 쌓아뒀다는 점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요소로 꼽힌다.
테슬라가 자율주행용 전기차와 휴머노이드를 모두 직접 제조한다는 점도 물리 인공지능과 연동을 고도화하는 데 장점으로 거론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전부터 테슬라가 물리 인공지능에 강점을 가졌다고 꾸준히 언급했다.
반면 자체 제조 시설이 없는 엔비디아의 장점은 수많은 글로벌 자동차 및 로봇 업체와 협력한다는 점이다.
엔비디아는 이미 피규어AI와 중국 샤오펑 및 차량 공유 플랫폼 업체 우버, 현대차 보스턴다이내믹스 등을 자율주행 및 휴머노이드 협력사로 확보했다.
이들 업체와 공동 기술 개발로 맞춤형 기술을 제공할 수 있고 인공지능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표준으로 자리잡으며 시장 지배력을 키울 기회도 열려 있다.
결국 엔비디아와 테슬라가 각각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및 제품 제조 능력에 가진 강점을 앞세워서 물리 AI 시장 선점 레이스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젠슨 황 CEO는 “개발자에게 물리적 인공지능 모델 데이터를 쉽게 생성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개발자는 이를 미세 조정해 맞춤형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전문지 배런스는 젠슨 황이 꺼낸 이야기는 일론 머스크가 수년 동안 테슬라의 자율주행 추진을 설명했던 방식과 같다고 분석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