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2기 정부 출범 뒤 TSMC에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압박하며 2나노 파운드리 도입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정부 지원은 축소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는 대만 TSMC를 향한 압박을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TSMC가 미국 정부에서 공장 투자와 운영에 받는 지원 혜택이 줄어드는 반면 2나노를 비롯한 첨단 미세공정 도입을 더 앞당겨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공산도 크다.
10일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가 12월 초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 완공식을 앞두고 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 자리에 참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TSMC는 내년 상반기부터 미국 공장 가동을 시작할 계획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12월 완공식을 연 뒤 곧바로 반도체 생산을 시작하며 일정을 앞당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 1월까지인 바이든 정부 임기 안에 미국 상무부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확정받기 위해 대규모 투자 성과를 보여주는 데 속도를 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반도체 지원 법안을 비판하며 TSMC에도 부정적 시각을 내비치고 있는 만큼 차기 정부에서는 정책적 도움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TSMC 애리조나 공장에 66억 달러(약 9조1천억 원) 상당 보조금과 50억 달러(약 6조9천억 원)의 대출, 최고 25%의 세금 감면 혜택을 약속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상무부는 최근 의회에 TSMC를 비롯한 반도체 제조사에 보조금 지급 계획을 통보하며 지원 절차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뒤 반도체 투자 지원이 축소되거나 완전히 철회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지만 TSMC는 이러한 리스크를 어느 정도 덜게 된 셈이다.
그러나 TSMC가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는다고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TSMC는 이번에 가동을 시작하는 미국 애리조나 제1 공장에 이어 해당 부지에 최대 6곳의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공장을 추가로 설립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정부 지원을 받을 가능성은 낮아진 반면 미국 내 투자 확대에 대한 정치적 압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인텔 등 파운드리 경쟁사가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 일정에 차질을 겪고 있어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공급망을 TSMC가 사실상 모두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 TSMC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파운드리 제1공장 외관. |
미국 정부는 TSMC 첨단 공장이 거의 모두 운영되는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안정화를 목적으로 자국 내 반도체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런 바이든 정부의 기조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다만 지원 정책으로 투자를 유도하는 대신 반도체 수입 관세를 통해 이를 압박하는 정책을 예고했다.
대만 공상시보는 트럼프 정부가 관세 등 협상카드를 앞세워 TSMC에 미국 내 2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는 압력을 더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TSMC는 최신 미세공정 기술을 항상 대만 내 공장에서만 가동한다는 방침을 두고 있다. 대만의 국가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자국 정치권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가동되는 애리조나 공장도 최신 3나노 기술이 아닌 4나노 파운드리를 활용한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 내재화를 위해 TSMC에 2나노 및 차세대 신기술 투자도 앞당겨야 한다고 압박한다면 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대만 정부도 미국의 군사 지원에 국방력을 크게 의존하고 있어 관계 악화를 감수하기 어렵다.
TSMC는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다수 운영하고 있다는 약점도 안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공약대로 중국산 반도체 등 제품에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매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공상시보에 따르면 궈즈후이 대만 경제부 장관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TSMC가 미국에 2나노 파운드리를 도입하겠지만 이는 고객사 수요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가장 앞선 기술은 대만에서 운영하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TSMC의 첨단 반도체 투자와 관련한 압박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만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셈이다.
그러나 미국의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대만 정부와 TSMC가 트럼프 정부에 협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타임스는 “TSMC는 삼성전자와 인텔을 제치고 파운드리 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TSMC가 강대국의 전략적 타깃이 되는 원인도 제공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