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4-11-01 15: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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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창립 79주년을 맞아 9월4일 서울 용산 본사에서 국내외 주요 경영자와 구성원이 함께하는 기념식을 가졌다. 사진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기념사를 하는 모습. <아모레퍼시픽>
[비즈니스포스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글로벌 리밸런싱(재조정)’ 전략에 한층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 비중화권 지역을 중심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 이외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서 회장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 회장의 수 년 동안 기울인 뚝심이 실적으로 증명된 만큼 미국과 유럽 등으로 영토를 확대하는 데 그룹 차원의 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비중화권 시장에서의 입지를 성공적으로 강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9772억 원, 영업이익 65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은 9.9%, 영업이익은 277.7% 늘었다.
특히 수익성 측면에서 세 자릿수의 영업이익 성장률을 기록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달성했다. 서 회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이 일부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서 회장은 9월 열린 아모레퍼시픽그룹 창립 79주년 기념식에서 "글로벌 시장의 리밸런싱을 통해 시장을 확장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시장 다각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이 3분기에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둔 만큼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에 더욱 고삐를 죌 가능성이 높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성장 잠재력이 큰 미국, 일본, 영국, 인도 등을 글로벌 거점 시장으로 설정해 집중적으로 육성할 것”이라며 “자외선 차단제품, 헤어제품 등과 같은 핵심 카테고리의 재설정 및 유통 채널의 최적화 등 집중해야 할 사업 영역의 재정의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는 화장품 브랜드 자회사 코스알엑스와 협업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 코스알엑스의 지분을 인수한 이후 코스알엑스의 대표 스킨케어 라인인 ‘더 RX’의 ‘더 비타민씨 23 세럼’과 ‘더 레티놀 0.1크림’ 등을 공동 개발해 선보인 바 있다. 9월에는 프랑스 대표 백화점인 라파예트 오스만점에 정식 입점하며 해당 제품들을 함께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스알엑스를 통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낸 만큼 앞으로도 공동 개발 제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서구권에서 영향력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
서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중국 실적이 크게 악화된 이후 중국 시장의 비중을 줄이고 북미와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코스알엑스 인수는 이 전략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아모레퍼시픽은 1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들여 스킨케어 브랜드 코스알엑스를 인수했다. 서구권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한 코스알엑스를 활용해 중국 시장을 넘어 북미와 EMEA 지역으로 진출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해석된다.
2013년 설립된 코스알엑스는 민감 피부를 위한 저자극 스킨케어 브랜드다. 현재 북미, 동남아시아, 유럽 등 140여개 국가에 진출했으며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 코스알엑스의 핵심 제품군 '더 RX' 제품들. <아모레퍼시픽>
특히 전체 매출 가운데 절반가량이 서구권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알엑스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북미와 유럽 매출 비중이 각각 32.5%, 10.4%를 차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 1800억 원을 들여 코스알엑스 지분 38.4%를 취득했으며 2023년 7551억 원을 투입해 두 차례에 걸쳐 잔여 지분 57.6%를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확보했다.
올해 4월 코스알엑스 주식 24만9500주를 취득하며 86.7%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이에 코스알엑스는 아모레퍼시픽의 관계기업에서 종속기업으로 전환됐다.
서 회장은 2021년 코스알엑스를 인수한 이후에도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온 것으로 파악된다.
북미 시장에서는 유통채널 다각화를 통해 고객 접근성을 강화하고 있다.
2022년부터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 주요 브랜드인 라네즈와 이니스프리를 입점시켜 온오프라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으며 월마트와 타겟 등 미국 내 대형 유통 채널에도 입점을 확대하고 있다.
북미 시장 외에도 EMEA, 비중화권 아시아 국가 등 다양한 지역에서 적극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하반기에는 대표 브랜드 라네즈를 앞세워 영국과 중동 시장에 진출했으며 브랜드 헤라를 일본 시장에 공식적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올해 더욱 공격적인 시장 공략을 펼치고 있다. 태국과 방콕의 백화점 및 쇼핑몰 등에 매장을 개장하며 고객과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코스알엑스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것은 서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1일 아모레퍼시픽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13곳의 증권사 가운데 8곳이 기존 목표주가를 유지했으며 5곳에서는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시장 기대 수준을 크게 넘어서는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한 증권사는 한 곳도 없었다.
허제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알엑스의 성장성 둔화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코스알엑스 매출은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보며 아모레퍼시픽 목표주가를 낮춰잡았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3분기 코스알엑스 매출은 미국 이커머스 채널에서의 부진 등으로 10% 미만의 성장률을 보였다”며 “올해 상반기 보여준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나 안정적 매출을 이어갈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글로벌 리밸런싱’의 기조 아래 미국, 유럽, 인도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며 “또한 중국 사업의 구조 개편 등을 통해 중국 시장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며 다양한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