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2024-01-02 16: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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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당신의 노후 계획은 안녕하십니까. 초고령화가 저출산과 맞물려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은 수급자 급증으로 사실상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 늘고 있다. 부부기준 노년 월 기대 소득 평균치는 300만 원 이상이다. 공적연금이 흔들리며 개인연금시장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죽을때까지 월 300만 원’을 향한 면밀한 설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신년기획으로 100세 시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노후 계획'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 초고령화와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점차 깊어지고 있다.<그래픽 비스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사실상 ‘내도 못 돌려받는’ 세금이 되는게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사적연금인 퇴직연금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서둘러 강구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에 따르면 현 체계가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국민연금은 2041년에 적자 전환, 2055년엔 고갈될 운명에 처해 있다.
국민연금은 1988년 출범할 때부터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지급율) 70%라는 다분히 포퓰리즘적인 수준에서 시작했다. 보험료로 낸 분보다 연금으로 수령하는 분이 두 배가 넘도록 처음부터 설계됐다.
태생부터 모순을 안고 출발했으므로 일찍부터 재원 소진에 대한 우려가 지적돼 왔다.
이에 정부는 보험료율을 1993년에 6%, 1998년엔 9%로 각각 인상했으며 소득대체율도 꾸준히 낮춰 현재 42.5%까지 내리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여전히 밑 빠진 독을 채우기에는 불충분한 수준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선진국 가운데 가장 심각한 수준의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겪으면서 국민연금의 불안정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 현재 납부체제라면 국민연금이 2055년엔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전세계에서 홍콩 다음으로 가장 낮았다. 올해에도 합계출산율은 다시 0.68명으로 낮아져 0.7명 선이 무너지고 내년엔 0.65명까지 내릴 전망이다.
이처럼 ‘인구소멸’ 위기가 엄습함에 따라 국민연금도 ‘재원소멸’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재정추계전문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 수급자/가입자 비율은 약 24%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2050년에는 수급자 1467만 명, 가입자 1534만 명으로 이 비율이 95.6%까지 늘며 사실상 가입자와 수급자 비율이 같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노후생활의 기초인 연금을 없앨 수는 없으므로 2055년 재원이 고갈된 뒤에도 국민연금이 현행 체제대로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2070년엔 수급자 수가 1501만 명으로 가입자(1086만 명) 수를 역전하게 된다.
이를 비율로 계산하면 138.2%로 인구수가 적은 아랫 세대가 인구수가 더 많은 윗 세대를 떠받치며 보험료가 현재 9%에서 최소 26%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연금이 사실상 세금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에 여러 가지 대책이 나오고 있는데 기존엔 보험료 인상·소득대체율 감소에 중점을 둔 모수개혁안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근본적인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선진국에선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물가상승률, 출산율 등 다양한 지표들과 매번 연동되는데 불만도 최소화할 수 있을 뿐더러 건전성과 유연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OCED는 2023년 11월29일 발간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 국민연금 개혁안은 적정한 급여 수준과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 여러 부처가 국민연금 개혁을 적극적으로 약속하고 나섰지만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올해 4월 총선까지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 가능성이 있다.
물론 국민연금이 고갈될 확률은 낮다. 어떤 방법으로든 정부와 국회가 고갈만큼은 막기 위해 개선책을 내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인 문제로 국민연금의 ‘더 많이 내고 덜 받는’ 추세는 확실시되고 있다.
따라서 정책에만 의존하기보단 개인 스스로 보완 방안을 찾을 필요성도 대두된다.
▲ 디폴트옵션이 시행됐음에도 효과는 본격화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 힘을 얻고 있는 분야가 바로 퇴직연금이다. 특히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의 시행으로 다양한 활용방안이 마련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보완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라는 취지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93%의 퇴직자가 IRP 계좌를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가 모아놓은 퇴직금은 퇴직과 동시에 IRP 계좌로 모여 연금으로 활용돼야 하지만 대부분 근로자들이 일시금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또 올해 9월 말 기준 디폴트옵션 누적적립액 가운데 초저위험형 비중이 89.9%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폴트옵션의 의도는 기존에 지나치게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치우진 퇴직연금을 다양한 모험자본에 분산함으로써 수익률을 제고하는 것이나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디폴트옵션 시행 이후에도 국내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약 2%에 그쳐 6~8%의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전문가 사이에서는 디폴트옵션에 대한 인식 개선과 활발한 홍보를 통해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민경 NH투자증권 연금사업추진부 과장은 “우리나라 퇴직연금 가입자의 퇴직연금 제도 및 운용에 대한 인식 수준은 선진국보다 낮다”며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퇴직연금 제도 및 금융상품에 대한 교육 부재를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이어서 “가입자들이 퇴직연금제도 가입 전 퇴직연금 사업자와 관계없이 공통된 창구에서 교육을 수강하도록 제도화하면 관심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매년 의무로 진행하는 가입자 교육도 형식적인 교육이 아닌 제도 변경이나 금융투자교육 위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