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2023-12-2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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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의 게임방송 플랫폼 '치지직'이 간편결제 네이버페이와의 시너지를 만들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네이버의 게임방송 플랫폼 '치지직'이 시험방송에서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간편결제 네이버페이를 이용해서 후원하는 방식에 대해 이용자들의 거부감도 적어 후원수수료를 수취하는 사업모델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5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치지직의 테스트 방송에서 기존 게임전문 인터넷 방송인(게임 스트리머)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네이버는 19일 낮 12시부터 게임방송 플랫폼 ‘치지직(Chzzk)’의 테스트방송을 진행했다. 네이버는 이날 데이터비용을 낮추는 그리드프로그램 없이 풀 HD급의 1080p 화질에 초당 800만 비트레이트 수준의 방송품질을 제공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비트레이트란 초당 전송해주는 데이터의 양을 뜻한다. 화질과 함께 인터넷 방송의 품질을 좌우하는데 평상시에는 화질만 문제가 되지만 화면이 빠르게 전환될 때 비트레이트가 낮으면 화질이 급격히 나빠지거나 영상이 멈출 수 있다.
폭발이나 마법 등 특수효과가 많이 등장하고 화면에 이용자들의 채팅이 빠르게 출력되는 게임방송에서는 비트레이트가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다만 비트레이트를 높이면 통신사에게 지불해야하는 망사용료도 높아지기 때문에 각 인터넷방송 플랫폼은 수익구조가 허락하는 선에서 화질과 비트레이트를 결정하고 있다. 현재 트위치는 720p 화질에 600만 비트레이트, 아프리카는 1080p 화질에 500만 비트레이트의 방송품질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트위치에서 대표 스트리머로 통하는 '침착맨', '풍월량' 등도 치지직 테스트방송을 진행했다.
최근 미국 아마존이 운영하는 게임방송 플랫폼인 트위치가 2월부로 한국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하면서 트위치에서 방송을 하고 있는 주요 스트리머들이 어느 플랫폼을 선택할 것인지가 인터넷방송 업계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 후보로는 국내 대표 인터넷방송 플랫폼인 '아프리카TV'와 내년 초 출범하는 네이버의 '치지직'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대표 스트리머들을 섭외해야 이들의 시청자들까지 데려올 수 있다는 점에서 양사의 영입경쟁도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 스트리머 '침착맨'이 19일 오후 1시부터 진행한 방송에 1만 명 넘는 시청자가 몰렸다. 침착맨은 이날 방송에서 채팅 필터 등 방송 관리기능을 테스트하는 시간을 가졌다. <치지직 테스트방송 갈무리>
네이버 치지직은 시험방송에서 차별화된 방송품질을 선보여 스트리머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일단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테스트를 진행한 스트리머 풍월량은 "이 정도 방송품질이면 게임방송도 해볼 만하다"며 "다만 이번 시범방송만으론 알 수 없고 그리드프로그램이 적용된 이후 방송품질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트리머 침착맨은 "채팅 필터 등 스트리머가 이용할 수 있는 편의기능들이 아직 구현되지 않았지만 차차 구현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아프리카TV의 서비스까지 테스트해 본 뒤 정착할 플랫폼을 결정하려한다"고 말했다.
이들 말대로 네이버는 2024년 초 출시되는 정식서비스에 P2P 데이터분산기술이 적용된 그리드프로그램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그리드프로그램이 적용된 서비스에서는 스트리머와 이용자 사이 반응이 느려져 소통이 원활하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날 두 스트리머는 테스트방송임에도 각각 1만5천 명 가량 시청자를 동원했다. 테스트 중간에 잠깐 후원기능을 활성화했음에도 팬들의 후원이 쏟아지면서 두 스트리머 모두 200만~300만 원 정도 수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이용자 측면에서는 간편한 후원기능에 대한 칭찬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날 나온 후원메시지에서도 "네이버페이를 이용해 결제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는 반응이 지속적으로 확인된다.
한 이용자는 "다른 플랫폼처럼 카드번호를 적거나 복잡한 인증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3초 만에 결제가 되는 점 때문에 자제가 안 될 것 같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 네이버 '치지직'의 독점 후원기능 '치즈'를 이용하려면 네이버페이를 통해 금액을 결제해야 한다. <치지직 테스트방송 갈무리>
네이버페이는 카카오페이, 토스페이, 페이코 등과 함께 대표적인 간편결제서비스 가운데 하나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네이버페이의 국내 이용자 수는 210만 명으로 추정된다.
네이버 치지직은 향후 광고수익을 공유받는 ‘파트너’ 등급 이상 스트리머에게 독점 후원기능인 ‘치즈’시스템만을 강요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는 네이버페이를 통해서만 치즈를 충전할 수 있다.
이러한 후원시스템은 광고, 게임사 프로모션 등과 함께 스트리머와 플랫폼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수입원이다. 국내 대표 플랫폼인 아프리카는 독점 후원 기능인 '별풍선'을 보유했으며 네이버 치지직도 '치즈'를 준비했다.
유명 스트리머들은 후원을 통해 연간 최대 5억 원 정도의 수익을 거둔다. 아프리카TV는 후원금액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가는데 전체 매출의 70%(2100억 원) 이상을 후원과 구독상품에서 얻는다. 네이버 치지직 역시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를 가져갈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국내 인터넷방송 업계에서 아프리카만 살아남은 비결을 망사용료를 줄이는 그리드프로그램과 독점 후원기능인 별풍선에서 찾기도 한다.
그리드프로그램을 이용해 500억 원까지 치솟을 수 있는 망사용료를 연간 100억 원 수준으로 줄이고 독점 후원기능을 통해서는 망사용료를 상회하는 수준의 수익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현재 네이버 치지직의 치즈를 이용해본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나쁘지 않은 만큼 네이버 치지직 역시 망사용료 문제를 어렵지 않게 해결하고 안정적으로 인터넷 방송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