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2018-02-06 11: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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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회사들이 경영권 세대교체를 진행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과 관계의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됐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6일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일제히 실적 부진을 겪은 것은 그룹 외부로 비용을 떠넘기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라며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는 외부 부품회사들과 완성차회사의 관계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파악했다.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현대차, 기아차, 현대위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일제히 실적 부진을 겪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외부 부품회사들에 비용을 전가할 수 없게 된 상황이 꼽힌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현대기아차가 판매 부진을 겪을 때도 흑자를 냈는데 지난해 4분기에는 모듈부문에서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우리산업(공조장치 부품), 에스엘(전조등 및 샤시부품), 성우하이텍(차체부품), 평화정공(도어모듈) 등 현대기아차 협력 부품회사들은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는 등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2세대에서 3세대로 경영권 승계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2세대와 달리 3세대 경영진들은 미국식 자본주의 사고방식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완성차와 부품회사의 관계를 갑을관계가 아닌 동등한 관계로 인식하고 완성차회사의 고통 분담 요구나 비용 떠넘기기에 부정적일 수 있다.
임 연구원은 “2세대 부품회사 오너들은 현대차그룹과 동반성장한 경험이 있지만 현대차그룹이 지난 5년 동안 실적 악화를 겪었고 자동차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부품회사들이 향후 동반성장에 의구심을 품을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자동차 부품회사들이 매력적 인수합병 및 지분투자 대상으로 떠오른 점도 부품회사의 현대차 의존 탈피현상을 부추길 수도 있다.
삼성그룹 LG그룹 SK그룹은 모두 자동차 관련 사업을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삼으면서 이와 관련해 인수합병과 지분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2016년 11월에 하만을 80억 달러에 인수한 뒤 2017년 9월에는 3억 달러 규모의 오토모티브 혁신펀드를 조성하는 등 삼성그룹은 자동차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
자동차 관련 사업을 하는 국내 대기업들은 현재까지 주로 해외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과 지분투자를 해왔고 현대차그룹과 협력은 배터리부문으로 한정했다. 현대차그룹이 다른 국내 대기업들의 완성차사업 진출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에서 완성차사업은 현대차그룹 하고만 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깨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대차그룹마저도 최근 미래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기업들과 다양한 협력관계를 맺으면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 연구원은 “부품회사들이 글로벌 생산기반을 유지하고 미래차 투자를 늘리게 하려면 타이어나 IT기업들이 국내 부품회사에 지분투자하는 것을 격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국내 대기업들은 국내 부품회사에 투자해 원가 절감 능력을 공유하고 완성차 사업과 관련해 국내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