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진 LG전자 부회장(맨 오른쪽)이 2일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단독CEO에 오른 첫 해인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에 사상 두 번째로 큰 영업이익'이라는 경영성적표를 내놓았다.
거의 모든 사업부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보이는데 스마트폰사업을 하는 MC사업부는 수천억 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돼 아직 갈 길이 멀다.
10일 LG전자에 따르면 TV를 판매하는 HE부문과 세탁기와 냉장고 등 가전을 판매하는 HA부문이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지난해 실적 증가를 이끌었다.
LG전자는 지난해 매출 61조4024억 원, 영업이익 2조4685억 원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2016년보다 매출은 10.9%, 영업이익은 84.5% 증가했다. 매출은 사상 최대이고 영업이익은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조 부회장이 LG전자 전체사업을 총괄한 첫 해에 기대이상의 성과를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아픈 손가락이 있다. 스마트폰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여전히 적자에 허덕인다.
증권가의 분석을 종합하면 MC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에도 영업손실 2천억 원대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전체 영업손실은 7천억 원 정도로 2016년 영업손실 1조2596억 원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무시하기 어려운 적자규모다.
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생산 과정에서 수익성을 강화하고 제품 수준을 끌어올리는 두 가지 방향으로 MC사업본부 적자 개선에 힘쓰고 있다”며 “당장 올해 흑자 전환은 불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흑자 전환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지난해 단독CEO에 오른 뒤 생활가전사업의 성공전략을 스마트폰사업에 적용하는 데 힘썼는데 올해는 이런 노력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스마트폰 생산 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하도록 더욱 재촉할 가능성이 높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애플과 삼성전자의 양강구도가 굳어지고 중저가 스마트폰은 중국회사가 거센 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수익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원가 절감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조 부회장이 강조한 모듈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모듈화는 제품에 필요한 여러 부품을 통합해 생산라인 종류를 간소화하는 생산방식이다. 조 부회장은 세탁기 생산라인을 모듈화해 생산비용을 크게 줄인 성공경험이 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
황정환 부사장에게 MC사업본부장을 맡긴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황 부사장은 그동안 가전 및 스마트폰사업에서 모듈화를 추진해왔다.
조 부회장이 스마트폰과 LG전자 다른 제품의 연계를 확대해 스마트폰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데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평소 “MC사업본부는 단독으로도 중요하지만 스마트 가전의 확대와 로봇사업 등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해왔다.
LG전자는 지난해 생산한 모든 가전기기에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했고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도 개발했다.
특히 자율주행차나 커넥티드카 등 차세대 자동차산업에서 통신기술이 중요하고 LG전자가 전장부품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만큼 조 부회장으로서는 스마트폰사업의 적자를 줄이고 생존기반을 다지는 일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LG전자 관계자는 “조 부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밝혔듯 앞으로 여러 IT서비스가 결합되는 융복합시대에 맞춰 사업구조 개편을 끊임없이 해나갈 것”이라며 “스마트폰은 융복합시대에 LG전자의 제품들을 연결할 중요한 기기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