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팜의 원료 공급 품목으로 알려진 희귀병 치료제 ‘트린골자’가 유럽에서 치료 대상 확대를 위한 허가 권고를 받으면서다. 성 대표는 지난해 공장을 증설하면서 신규 고객사 확보에 나서고 있는데 기존 공급 품목의 판매 확대를 통해 상업용 원료 수주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 에스티팜이 원료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트린골자가 유럽에서 적응증 확대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은 성무제 에스티팜 대표이사 사장. <에스티팜> |
21일 미국 제약사 아이오니스와 유럽 판매사 소비(Sobi)의 공개자료를 종합하면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인체의약품위원회(CHMP)는 트린골자를 중증 고중성지방혈증 성인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 확대를 권고했다.
CHMP의 긍정적 권고는 의약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토하는 전문 심사를 통과했다는 의미다. 최종 허가권을 가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결정을 앞둔 단계로, 트린골자의 유럽 치료 대상 확대에 긍정적 신호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최종 결정은 올해 4분기로 예상된다. 소비는 16일 자료를 통해 애초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허가 권고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트린골자는 아이오니스가 개발한 올리고핵산 치료제로 성분명은 올레자르센이다. 특정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해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며 한 달에 한 번 피하주사한다.
기존 유럽 허가 대상은 지방을 제대로 분해하지 못하는 희귀 유전질환인 가족성 킬로미크론혈증증후군 환자였다. 이번에는 공복 중성지방 수치가 880mg/dL 이상인 중증 고중성지방혈증 성인 환자로 치료 대상을 넓히려는 것이다. 양사는 해당 환자가 유럽 주요 5개국에 약 70만 명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에서는 올해 6월 중증 고중성지방혈증으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아이오니스는 앞서 4월29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미국 시장의 장기 연간 최대 순매출 전망을 기존 20억 달러 이상에서 30억 달러 이상으로 높였다.
트린골자의 치료대상 확대 움직임은 에스티팜의 수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에스티팜은 고객사 의약품의 원료를 개발·생산하는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다. 통상 계약관계는 비공개되고 있지만 증권사 연구원들은 에스티팜을 트린골자의 주된 원료 공급사로 보고 있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9월16일 보고서에서 “트린골자의 성분인 올레자르센은 에스티팜이 생산 중”이라고 설명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해 4월4일 보고서에서 에스티팜이 2024년 말 “트린골자의 적응증 확대와 관련된 PPQ 배치 생산 물량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PPQ 배치는 상업생산 공정이 정해진 품질의 의약품을 일관되게 생산하는지 검증하기 위한 물량이다.
고객사 치료제의 사용 대상이 넓어져 판매량이 늘면 제조에 필요한 원료 주문도 증가할 수 있는 사업 구조다.
성무제 대표에게 이는 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에스티팜은 지난해 9월 경기도 안산 반월캠퍼스에 제2올리고동을 준공했다. 대형·중형·소형 생산라인이 각각 1개씩 추가되면서 기존 시설을 포함한 전체 올리고 생산라인은 대형 4개, 중형 1개, 소형 1개 등 모두 6개로 늘었다. 공시 기준 올해 3월 말까지 제2올리고동 생산시설 증설공사에 집행한 금액은 1167억7200만 원이다.
제2올리고동은 초기 임상용 소량 생산부터 상업용 대량 생산까지 대응하도록 구성됐다. 지난해 4분기부터 생산을 시작했으며 에스티팜이 8일 공개한 설명에 따르면 가동 이후 13개 신규 프로젝트에서 매출이 발생했다.
| ▲ 에스티팜이 올리고핵산 치료제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반월공장 모습. <에스티팜> |
현재 올리고 사업의 수주와 매출에서도 상업용 원료의 비중이 높다. 올해 6월 말 기준 올리고 사업 수주잔고는 약 3억 달러로 이 가운데 약 80%가 상업화 프로젝트다.
2분기 올리고 사업 매출은 79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1% 늘었다. 상업화 프로젝트 매출은 497억 원으로 올리고 사업 매출의 약 62%를 차지했다.
상업용 원료 수요 확대는 성 대표가 제2올리고동의 투자금 회수 시기를 앞당길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존 공급 품목의 판매 증가가 추가 주문으로 이어지면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생산량을 늘려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등 제품당 고정비 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에스티팜은 제2올리고동에 생산라인을 추가하는 2단계 증설도 계획하고 있다.
성 대표는 생산능력 확대와 함께 리보핵산(RNA) 치료제의 원료 생산 경험과 품질관리 역량을 수주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에서 “에스티팜은 이미 상업화된 RNA 치료제의 원료 생산 경험과 GMP 수준의 품질 관리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GMP는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을 뜻한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올리고핵산 기반 신약 개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개발 중인 프로젝트 상당수가 비만과 심혈관질환, 간염 등 만성질환을 대상으로 하면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며 “품질 경쟁력과 글로벌 공급 이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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