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 '대규모유통업법안' 개정안 통과, 상품대금 지급기한 '60일'에서 '35일'로 줄여
권석천 기자 bamco@businesspost.co.kr2026-09-03 12: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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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대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를 통과했다.
여야가 법안 의결에는 합의했지만 일부 여당 의원은 대금 지급기한의 예외 사유로 규정된 ‘급격한 현금흐름의 악화’ 조항을 두고 마지막까지 우려를 표시했다.
▲ 국회 정무위원회가 3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무위는 3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대규모유통업법안을 통과시켰다.
여야가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를 거쳐 마련한 대안은 직매입 거래의 상품대금 지급기한을 상품 수령일부터 현행 60일 이내에서 35일 이내로 단축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특약매입과 위·수탁, 매장임대차 거래의 판매대금 지급기한도 월 판매마감일부터 현행 40일 이내에서 20일 이내로 줄인다.
여야는 대규모유통업체의 대금 지급 지연으로 납품업체가 피해를 봐서는 안 되며 이를 위해 지급기한을 단축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법안 심사에 임하면서 우리 의원님들이 어떤 이견도 없는 원칙 하나가 있었다”며 “납품업체의 피해는 반드시 없어야 한다. 기한 단축은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대금 지급기한의 예외 사유인 ‘급격한 현금흐름 악화’를 두고는 일부 여당 의원은 우려를 표시했다. 이날 통과된 개정안은 파산·회생이나 급격한 현금흐름 악화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별도의 지급기한을 적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금 지급 기한을) 60일에서 35일로 줄였는데, 그것에 대해서도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그 예외 규정이 며칠까지인지는 아직 안 나와 있다”며 “근데 그 예외 규정의 세 번째가 문제인데 ‘급격한 현금 흐름 악화’라는 아주 두루뭉술한 예외를 두면 이것을 악용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급격한 현금 흐름 악화라는 조항을 없애고 지급 기한 예외로서) 파산과 회생만 남기면 범위가 너무 좁아진다”며 “파산 회생이 아니더라도 저는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겠지만 몇몇 회사들은 지금 되게 어려운 현금 흐름 아래에서 온라인 유통업을 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와 별도로 범여권에서는 유통업체가 별도의 이자도 지급하지 않은 채 납품대금을 장기간 보유하는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을 앞세워 지급기한 단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형연 조국혁신당 의원은 “원래 민법상 물건을 받으면 받은 날 대금을 줘야 한다. 만약 그날 주지 않으면 그날로부터 연 6%의 이자를 지급해서 줘야 한다”며 “그런데 이 대규모,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그런 기업들은 자신의 경제적 지위를 이용해서 이자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납품 대금의 지금을 한없이 늦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지급기한 단축으로 늘어난 유통업체의 자금 부담이 발주 축소나 거래 중단을 통해 중소·영세 납품업체에 전가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제도 변경을 통해 결과적으로 저희가 보호하고자 했던 중소 영세 납품업자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 역설을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며 “오히려 발주량이 감소할 수도 있고, 저마진 상품이 퇴출되고, 신규 영세 납품 업체 거래가 줄어들거나 아예 단절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무위는 이날 금융회사의 서민금융진흥원 출연 의무를 5년에서 15년으로 10년 연장하는 서민금융법 개정안도 함께 의결했다. 또 정무위는 공직자 이해충돌 사건에서 신고자 보호조치를 위반할 때 과태료 부과·징수 권한을 국민권익위원회로 하나로 모은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개정안도 처리했다.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의 비교적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는 공정위 조사에서 지급기간이 35일을 넘은 쿠팡, 컬리, 다이소, 홈플러스,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영풍문고, M춘천점, 메가마트, 전자랜드 등 9개사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직매입 대금을 수시·다회 정산하는 71개사 가운데 62개사는 평균 16.2일 안에 대금을 지급했다. 반면 나머지 9개사는 현행 법정기한인 60일에 가까운 평균 53.2일이 지난 뒤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 대상 대규모유통업체의 직매입 대금 지급기간은 평균 27.8일이었다.
정무위를 통과한 법안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남겨두고 있다.
여야가 의결에 합의한 데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법안들은 남은 국회 절차도 비교적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규모유통업법안의 ‘급격한 현금흐름 악화’의 판단 기준과 예외 지급기한을 시행령에서 얼마나 구체적으로 규정하느냐가 제도 시행 이후 실효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