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동통신 3사가 AI 데이터센터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AI 데이터센터(AIDC) 시장 선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AI 서비스 확산으로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연산 수요가 급증하면서 AIDC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부상하자, 통신사들도 기존 통신사업 중심에서 벗어나 AI 인프라 사업자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14일 통신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이동통신 3사는 AIDC 사업 확대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공통된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AIDC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3사의 전략은 서로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
SK텔레콤은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을 앞세워 AIDC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오픈AI와 한국 서남권에 오픈AI 전용 AIDC를 공동 구축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같은 해 5월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에 100MW 규모 AIDC 구축에 착수했다.
최근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을 계기로 엔비디아의 AIDC 플랫폼 DSX를 기반으로 2027년까지 AI 학습과 추론에 특화된 AIDC인 'AI 팩토리'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투자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은 일본 NTT, 대만 중화텔레콤과 함께 5억 달러 규모의 공동 펀드를 조성해 유망 AI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협력을 바탕으로 AI 반도체부터 클라우드 서비스,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AI 인프라 체계를 구축하고, 국내를 넘어 아시아 시장으로 AIDC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행보는 글로벌 기술기업과 협력을 통해 AI 기술과 서비스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AIDC 생태계 전반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에 SK텔레콤이 통신사 가운데 AIDC 사업에서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의 AIDC 사업 진척 상황은 데이터센터 운영 사업자 가운데 가장 앞서 있다"며 "2027년 하반기부터 2029년까지 순차적으로 개소하고 일반 데이터센터 대비 가격 프리미엄을 확보한다고 가정할 경우, 2031년 기준 영업이익이 8천억 원가량 추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KT는 오랜 기간 축적한 데이터센터 운영 노하우와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AIDC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KT는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AIDC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자회사 KT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액체냉각과 전력 효율화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며 차세대 데이터센터 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KT클라우드는 지난해 12월 서울 양천구 목동에 AI 이노베이션 센터를 개소하고, AIDC 관련 핵심 기술 확보에 나섰다. 이 센터는 AI 서버 랙, D2C(다이렉트 투 칩) 수냉식 냉각 장치, AI 전용 네트워크 등 엔비디아 최신 B200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의 실제 AIDC 환경을 구현한 국내 유일의 AIDC 실증 허브로 조성됐다.
AIDC는 GPU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발열 관리와 전력 효율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향후 시장 경쟁력은 냉각 기술과 전력 사용 효율 수준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액체냉각 기술을 활용해 서버 발열을 낮추고 전력 사용 효율을 높여 운영비 절감 효과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는 AIDC 시장의 경쟁 구도가 단순한 설비 투자 경쟁을 넘어 운영 효율성과 기술력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전략으로 풀이된다.
허영만 KT클라우드 DC본부장은 지난해 12월 AI 이노베이션 센터 개소식에서 "KT클라우드는 AI 이노베이션 센터를 일회성으로 구성한 것이 아니다"며 "데이터센터 산업화와 AI 생태계 발전을 위해 기술을 선도적으로 확보하고 실제 환경에서 검증해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 ▲ LG유플러스가 경기도 파주시에 건설하고 있는 AI 데이터센터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
LG유플러스는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앞세워 AIDC 사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도권 최대 규모로 조성 중인 파주 AIDC를 기반으로 계열사가 보유한 냉각·전력 관리·설비 운영 기술과 제조 역량을 결집해 데이터센터 구축부터 운영까지 아우르는 통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LG전자는 액체냉각 기술을, LG에너지솔루션은 UPS 배터리를, LS일렉트릭은 전력 솔루션을 제공하며 AIDC 구축 역량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다양한 제조 기반과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통신사와 차별화되는 강점으로 꼽힌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유플러스는 평촌 데이터센터 2곳을 중심으로 사업 성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파주 데이터센터는 평촌의 9.7배 규모”라며 “파주는 LG디스플레이 공장 부지를 활용하는 만큼 전력 인프라도 이미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이 같은 계열사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원(One) LG' 전략을 추진하며 AI 데이터센터 구축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AI 팩토리 오퍼레이터'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 AI 데이터센터를 발판으로 AIDC 용량을 600MW 규모까지 확대하고, 2030년까지 연평균 매출 성장률 15~29%를 달성해 누적 수주 5조 원을 기록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동통신 3사의 AIDC 사업은 앞으로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생성형 AI 서비스 확산으로 GPU 서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기업과 공공기관의 AI 인프라 투자도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25년 통신 3사의 AIDC 연간 합산 매출은 1조939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1조5250억 원보다 27.2% 증가한 규모다.
AIDC가 기존 통신사업의 성장 둔화를 만회할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면서 통신사들의 투자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은과 전력·냉각 기술 고도화, AI 인프라 생태계 확보를 위한 경쟁도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장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AIDC는 통신사가 보유한 사업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며 “현재도 하이퍼스케일급 IDC를 구축하고 있거나 추가 구축을 계획하고 있어 높은 매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