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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잡은 비용 재정 부담 논란, 고유가 장기화에 경제부총리 구윤철호 '건전재정' 흔들리나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6-04-20 16: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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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천 원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가 기름값을 억제하기 위해 투입하는 재정 부담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가격을 통제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대신 그 비용이 재정으로 이전되는 구조가 뚜렷해지면서 한국의 재정 여력이 실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재정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대응 여력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부채 증가 속도에 대한 경고를 내놓고 있다.
 
기름값 잡은 비용 재정 부담 논란, 고유가 장기화에 경제부총리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433069'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구윤철</a>호 '건전재정' 흔들리나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열린 IMFC에 참석해 크리스탈리나 오르기에바 IMF 총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20일 IMF가 최근 발간한 ‘재정모니터(Fiscal Monitor)’ 4월호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이 올해 54.4%에서 내년 56.6%로 상승해 비기축통화국 선진국 평균(55.0%)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앞으로 5년 동안 부채 비율이 연평균 3.0%씩 올라 11개 비기축통화국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8.7%포인트)을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IMF는 한국을 벨기에와 함께 “부채 비율의 상당한 증가(significant increases)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는 기존 ‘점진적 증가’(gradually increases)에서 한 단계 강해진 문구다.

다만 정부 측에서는 이러한 IMF 평가가 한국의 재정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론을 내놓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OECD 평균보다 크게 낮다”며 “단순한 총부채 숫자만으로 재정 부담을 판단하는 것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등 대응 자산이 존재하는 채무가 상당 부분 포함됐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IMF 평가의 핵심이 절대적 부채 수준보다 증가 속도에 있다고 본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연구소장은 18일 CBS라디오 ‘주말뉴스쇼’ 인터뷰에서 “IMF가 경고를 하는 것만으로도 한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어 외국으로부터 자금 조달 비용이 늘고, 국가부채를 감당하기 위해 돈을 더 풀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원화가치 하락과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에 부채 비율 60%는 레드라인인데 IMF 경고는 이런 속도로 가면 2030년에 61%로 레드라인을 넘어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논쟁은 국제유가 변수와 맞물리며 현실적 정책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중동 정세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며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3월 두바이유 평균가격은 배럴당 128.5달러까지 치솟았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90달러를 넘어섰다.

국내 물가에도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다. 재정경제부의 ‘4월 최근 경제동향’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3월보다 2.2% 상승해 상승폭이 확대됐고, 석유류 가격은 9.9% 급등하며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생활물가지수 역시 2.3% 상승하며 체감 물가 부담이 커지는 흐름을 보였다.

정부는 이 같은 물가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2차 석유 최고가격 지정 이후 휘발유와 경유 가격 상한(정유사 공급가격 기준)을 각각 리터당 1934원, 1923원으로 묶어왔다. 그러나 국제유가 상승과 함께 국내 가격이 2천 원을 넘어서는 등 시장 가격과 정책 가격 사이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용은 시장에서 재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부는 정유업계 손실 보전을 위해 약 5조 원 규모의 예산을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공급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판매 가격을 억제할 경우 발생하는 손실을 재정으로 메우는 구조다.

IMF 역시 에너지 가격 상승 대응과 관련해 광범위한 가격 통제보다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이고 한시적인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는 유가 통제 정책이 장기화될 경우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거시 지표 흐름도 이런 구조를 뒷받침한다. 생산과 수출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월 전산업 생산은 1월보다 2.5% 증가했고 설비투자는 13.5% 늘었다. 3월 수출도 전년동월 대비 49.2% 증가하며 반도체 중심의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소비는 정체되고 심리는 둔화하고 있다. 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보합에 머물렀고 3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7.0으로 전월보다 5.1포인트 하락했다. 기업심리 역시 동반 하락하며 체감 경기는 약화되는 흐름이다.
 
기름값 잡은 비용 재정 부담 논란, 고유가 장기화에 경제부총리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433069'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구윤철</a>호 '건전재정' 흔들리나
▲ 3월 국제유가 추이. <재정경제부>

결국 현재의 유가 대응은 ‘가격 안정’과 ‘재정 부담’ 사이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비용이 어디로 이동하느냐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대신 그 부담이 기업과 정부로 분산되고, 최종적으로는 재정 지출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유가의 방향성이 단기간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7일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열흘간 휴전에 합의하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지정 항로를 전면 개방하겠다고 밝히면서 국제유가는 10% 안팎 하락했지만, 하루 만인 18일 이란이 해협 재봉쇄를 발표하면서 다시 상승 압박이 커졌다.

이처럼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유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상황에서는 가격 통제 정책의 지속 여부와 재정 투입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단기 대응으로 시작된 유가 통제 정책이 장기화할 경우 재정 부담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불확실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윤철 재정경제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1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 참석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취약부문을 지원해야 한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공감한다”며 “한국도 국가부채의 확대 없이 추가경정예산을 신속히 편성·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호조에 따른 세수 증가분을 활용해 국채 발행 없이 재원을 마련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역시 “한국이 충분한 재정여력을 갖추고 있으며, 중기 재정건전성을 위한 한국의 노력이 안정적 재정운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기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 같은 평가는 현재의 유가 대응 구조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전제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재검증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래 국채 상환에 쓰여야 할 세수 여유분이 유가 보조금으로 전용되는 상황이 길어질 경우 재정 여력이 약화되고 결국 재정·물가·경기가 동시에 압박받는 복합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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