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이 높은 선가에 수주한 상선 건조에 착수하며 조선사업 이익률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비해 두 기업의 해양플랜트 부문은 플랜트 프로젝트 발주 감소 영향으로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며 각 사가 설정한 연간 목표에도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이 일반 상선 사업과 달리 해양플랜트 사업에선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각사>
HD한국조선해양은 고마진 프로젝트 위주 선별 수주로 실적을 개선하고, 한화오션은 지난해 11월부터 인수 절차에 들어간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기업 다이나맥(현 한화오프쇼어싱가포르)과의 시너지를 통해 해양플랜트 실적 반등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16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의 해양 플랜트 사업 실적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반등 시점에 관심이 모인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1조7816억 원, 영업이익 2조8666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8.5% 늘고, 영업이익은 206.6% 증가했다.
해양 사업에서는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6896억 원, 영업이익 417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52% 늘었지만, 영업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올해 수주 실적은 연간 목표와 괴리가 크다. 올해 초 회사는 해양플랜트 수주 목표를 18억8400만 달러(약 2조7496억 원)로 설정했으나, 현재까지 신규 수주는 4600만 달러(671억 원)에 그친다.
한화오션도 해양 플랜트 사업에서 부진을 겪고 있긴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3분기 매출 3조234억 원, 영업이익 2898억 원을 거뒀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은 매출 9조4606억 원, 영업이익 9201억 원이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25.8%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200% 이상 늘었다.
하지만 올해 3분기 해양플랜트 부문은 2024년 3분기 이후 4개 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은 매출 6224억 원, 영업손실 457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22.1% 줄고, 적자가 지속됐다.
한화오션 측은 해양플랜트 부문 실적이 감소한 것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해양플랜트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진입해 매출이 감소했다”며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에서 발생한 사고로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며 수익성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4분기 전망도 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 측은 “진행 공사의 인도·신규 수주 순연으로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며 “기존 수주 물량의 계약 세부 내용 변경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글로벌 에너지 수요 급증으로 글로벌 해양 플랜트 수요가 늘고 있어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의 내년 이후 해양 플랜트 사업은 영업흑자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해양에너지 시장조사업체 마리타임어소시에이츠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한화 기준 252조 원 규모의 해양플랜트 168기가 발주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10월 미국 LNG 생산기업 델핀미트스트림은 멕시코만 해상에 3기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설비(FLNG) 설비를 구축하는 6조~7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에니도 지난달 모잠비크 코랄 FLNG 프로젝트 관련 최종투자결정(FID)을 내렸다.
▲ HD한국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 HD한국조선해양 >
아울러 해양플랜트 사업은 통상 1건당 계약 규모가 수조 원에 달하기에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이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연간 수주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도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중동 지역의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를 비롯해 호주와 미주 등 다양한 지역에서 발주를 준비하고 있는 해양 공사의 기본설계와 설계·조달·시공(EPC) 입찰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며 “수익이 담보되고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선별 수주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이 해양 부문에서 중국 조선업에 대한 제재 강화 등으로 반사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특히 한화오션은 싱가포르 해양 구조물 생산 업체 다이나맥 인수가 완료되면 수직 계열화와 해외 야드 이점을 기반으로 점진적 수익 개선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다이나맥 인수로 해양플랜트 생산 거점을 다각화하는 멀티 야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거제 사업장에서 해양설비 선체를 만들고, 싱가포르에서 상부 구조물을 제작해 결합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많은 조선사들이 해양설비를 수주하고, 일부 사업을 외주로 맡기는 것과 비교하면 비용 절감과 품질 관리에서 앞설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조용석 한화오션 해양사업부 영업담당은 지난달 27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해양 사업이 여러 외부 환경 변화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남미와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대형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이 이어지고 있어 LNG 공급 확대에 따른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