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진양곤 HLB그룹 회장(사진)이 미국에서 간암치료제 허가를 놓고 이번 도전에서 배수의 진을 쳤다는 시선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진양곤 HLB그룹 회장이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의 미국 허가를 앞두고 ‘속도'보다 ‘확실한 허가’ 전략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두 차례 보완요구서(CRL)라는 난관을 겪은 뒤 “더 이상 실패는 없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진양곤 회장이 미국에서 간암신약 리보세라닙 허가에 배수의 진을 쳤다는 시선이 나온다.
그동안 진 회장은 올해 3월 두 번째 도전에 실패했을 때만 해도 신속한 허가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타입A 미팅을 진행하면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진 회장은 최근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그동안 HLB 미국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가 신약허가 절차를 주도했고 항서제약이 우리의 타임라인에 부응해왔다”면서 “하지만 (항서제약) 생산설비에 대한 문제가 핵심 의제로 떠오른 지금부터는 항서제약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존중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항서제약의 생산설비에 대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진 회장의 이런 의지는 그동안 ‘플랜B’로 여겨져 왔던 유럽 진출 전략에서도 읽을 수 있다.
HLB는 2025년 3월 미국에서 리보세라닙 2차 도전에 실패했을 때 미국 3수 도전뿐만 아니라 하반기 유럽의약품청(EMA)에도 허가를 신청하겠다며 플랜B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간담회에서는 유럽 허가 신청 계획도 미루고 미국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진 회장은 “항서제약이 최근 미국 FDA의 CMC(제조 및 품질관리) 허들을 넘지 못하면 회사의 근본적 신뢰 문제라고 판단했다”며 “유럽 허가 신청도 항서제약의 시점에 맞춰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허가 신청이 사실상 미국에서 허가를 받은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 HLB(사진)은 현재 미국에서 항서제약과 FDA 허가를 위해 타입 A 미팅을 진행하면서 3번째 허가 도전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간암 1차 치료제로 미국에서 3수에 도전하고 있는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은 미국 FDA와 타입A 미팅을 진행한 상태다.
해당 미팅에서 항서제약이 제시한 근본적 개선방안과 관련해 미국 FDA가 일정기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이터를 요청한 상태다.
진 회장의 의지는 사재 출연에서도 읽을 수 있다.
HLB는 40회차 CB발행에서 진 회장과 HLB파나진, HLB이노베이션 등을 대상으로 3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내부적으로 조달했다. 해당 자금은 38회차 전환사채(CB) 상환을 위한 것으로 외부투자자들이 1차 조기 상환을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리보세라닙이 두 번째 미국 문턱에서 좌절하면서 주가가 하락하자 전환사채를 청구한 셈이다.
실제 HLB 주가는 올해 3월 미국 FDA 발표 이전까지만 해도 7만 원 수준에서 거래됐지만 3월21일 진출에 좌절하면서 현재 주가는 3만7천 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진 회장으로서는 이번 조달에서 30억 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하며 직접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를 행동으로 보였지만 아직까지 투자자들의 신뢰는 회복되지 못했다.
사실상 리보세라닙의 최종 FDA 승인 여부가 그룹의 미래와 투자자 신뢰 회복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HLB 관계자는 “리보세라닙 허가 시점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신약 프로젝트는 간암의 경우 다소 지연됐지만 해결 가능한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