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번(John Byrne) 미국 재생에너지환경재단 이사장 겸 델라웨어대학교 에너지·기후정책 명예석좌교수가 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다이아몬드홀(옛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5 기후경쟁력포럼'에서 화상을 통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관세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장의 중심축이 될 것이다.”
존 번(John Byrne) 미국 재생에너지환경재단 이사장 겸 델라웨어대학교 에너지·기후정책 명예석좌교수는 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옛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5 기후경쟁력포럼’ 기조연설에서 이와 같이 강조했다.
올해로 세 번째 열린 기후경쟁력포럼 행사는 '성장을 위한 전환: 재생에너지 혁신의 마지막 기회'를 주제로 비즈니스포스트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이 주최했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국회ESG포럼이 후원에 참여했다.
존 번 교수는 최근 글로벌 통상 환경을 흔드는 미국발 관세 리스크를 짚으며 “관세는 수입제품 가격을 높이고 소비자 비용을 상승시키며 기업의 수익성과 투자 여력을 위축시킨다”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이와 같은 리스크 속에서도 재생에너지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존 번 교수는 실제 미국과 전 세계 전력 시장의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데이터에 근거해 설명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미국 내 화석연료 기반 발전소는 빠르게 퇴장하고 있으며,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중심의 설비 투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이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존 번 교수는 “많은 사람이 여전히 석탄과 화석 연료에 머물러 있다고 오해하지만 이런 상태는 20년쯤 전에 이미 벗어났다”며 “지금은 더 빠르고 완전한 재생에너지로 나아가고 있는 중요한 전환기”라고 평가했다.
존 번 교수는 재생에너지 기술 발전이 전력 생산의 경제성을 확보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목했다.
2009년부터 2024년까지 균등화발전비용(LCOE)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생산비 하락폭이 화석연료를 웃돌아 더욱 저렴해진 것이다.
균등화발전비용은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 준비부터 생산 이후의 단계까지 자본비용과 연료비, 유지보수 등 모든 비용을 수치화한 값이다. 발전원별 비용을 비교하기 위해 사용되는 지표이다.
존 번 교수는 미국 투자은행 라자드(Lazard)의 자료를 인용해 “태양광과 풍력의 단위 전력 생산비용은 석탄이나 원자력보다 낮아졌다”라며 “이미 재생에너지는 비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관세 변수에도 세계 시장에서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중국을 비롯한 태양광 설비 주요 생산국에 유휴 물량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2024년 기준 전 세계 태양광 제조 능력의 80~85%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47%를 내수에서 소화한다. 재고 물량도 12%에 달한다.
이렇듯 세계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태양광 설비가 충분해 관세라는 악재에도 공급망 축소가 벌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존 번 교수는 바라봤다.
존 번 교수는 한화큐셀 미국 법인의 조 멘델슨 부사장 발언을 인용해 “중국은 전 세계 수요의 두 배에 달하는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고 이 가운데 약 절반은 자국 내 수요로 흡수되고 있다”며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 다른 산업과 차별화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세계 주요 태양광 업체가 재생에너지 시장 성장 전망에 기반해 관세 이슈에 대응하는 모습도 소개했다.
퍼스트솔라(First Solar), 차이나솔라(China Solar), 캐나다 CSI솔라, 일본 토요솔라 등 글로벌 태양광 제조기업이 생산기지의 현지화, 제조 전환 등으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
존 번 교수는 “관세라는 단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많은 글로벌 기업은 재생에너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장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 저장장치, 지역 기반 에너지 서비스와 같은 부가산업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관세가 낮은 지역으로 태양광 설비가 몰릴 수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재생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 선택과 지역 공동체의 주도 아래 펼쳐지는 새로운 에너지 경제의 시작”이라며 “일자리 창출, 환경 개선, 지속가능 개발을 동시에 이루는 전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 번 교수는 1992년부터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위원회’(IPCC) 실무 그룹에서 활동하면서 2007년 이 단체가 노벨평화상을 받는 데 기여했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1987년 연구차 한국에 처음 방문한 이래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환경정책을 강의하고 2011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석좌교수로 초빙했다.
2013년에는 서울국제에너지자문위원회에서 위원으로 위촉해 활동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