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이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다이아몬드홀에서 '성장을 위한 전환, 재생에너지 혁신을 위한 마지막 기회'를 주제로 열린 '2025 기후경쟁력포럼'에서 축사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김영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이사장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경제 체제로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다이아몬드홀에서 KoSIF와 공동 주최로 '2025 기후경쟁력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은 '성장을 위한 전환, 재생에너지 혁신을 위한 마지막 기회'를 주제로 열렸는데, 김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교토 의정서에 이어 기후대응의 중심이 되고 있는 파리협정 체제가 이제는 붕괴에 치달은 것이 아닌가 싶다"며 "다들 알다시피 파리협정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억제해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상승을 1.5도 아래로 억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얼마 전에 세계기상기구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1.5도는 이미 지난해에 돌파됐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5도를 돌파하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세계기상기구 외에도 미국 해양대기청(NOAA), 유럽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 등 주요 기후 관측 기관들은 모두 지난해 기온상승이 1.5도 벽을 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 이사장은 "이제는 새로운 파리협정이 체결돼 기후대응 체제를 개선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여기에 인공지능(AI) 산업 붐까지 발생하며 전력 수요까지 치솟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고작 10%에 불과하다"며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그 수준은 달팽이 걸음에 지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제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가 올해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재생에너지 비중은 이보다 낮은 약 9.5%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세계 재생에너지 비중이 32%를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약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재생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제조업, 수출 중심 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더 이상 해외 고객사들을 상대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여기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같은 탄소 장벽에 가로막혀 경쟁력을 상실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오늘 행사를 통해 우리의 앞에 놓인 이같은 난관들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방안들이 제시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유한대학 학장, 유엔(UN)생물다양성 협회 한국협회장, 산업자원부 장관 등을 역임했고, 산자부 장관 재임 시절 기후변화 대응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손영호 기자
<김영호 이사장의 개회사 전문>
기후변화는 지속가능성의 토대를 붕괴시키는 가장 강력한 위협입니다. 이러한 기후위협에 대응하여 인류는 기후경제,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탄소, 더 나아가서 탈탄소를 목표로 하는 기후경제를 위한 핵심 과제에 ‘에너지 전환’이 있습니다.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입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엠버(ember)가 발행한 ‘국제 전력 리뷰 2024’(Global Electricity Review 2024)에 떠르면, 글로벌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23년에 30.3%로, 30%를 돌파하였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2025년말까지 전 세계 전력 생산량의 35% 이상이 재생에너지로 공급될 전망이며, 주요 공급원은 태양광과 풍력발전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0.6%에 불과합니다. 2020년 6.6%, 2021년 7.5%, 2022년 8.9%, 2023년 9.6%, 그리고 2024년 10.6%로 지난 해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에 진입하였습니다.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그 속도는 달팽이 걸음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제조업, 수출 중심의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암초입니다. 수출 중심의 국내 기업들은 현재 고객사로부터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고 있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량 부족으로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 애플 등이 자사의 공급망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애플은 70개 이상의 협력업체로부터 제품 생산에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약속 받았고, SK하이닉스, 삼성코닝정밀소재, 대상에스티는 이를 약속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감안하면, 과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구글, 애플처럼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 수는 현재 445개입니다. 한국 내 RE100 회원사들의 연간 전력 소비량은, 한국 전체 전력 사용량의 10%가 넘는 68TWh에 달합니다. 향후 RE100 가입 글로벌 기업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이에 따라 공급망에 대한 재생에너지 사용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우리나라에서 기업 차원의 재생에너지 수요 또한 자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 내 RE100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조달률은 심각할 정도로 저조합니다. 2024년 기준 평균 12%에 불과합니다. 53%인 글로벌 평균은 물론 중국 59%, 일본 36%, 베트남 58% 등과 비교하여 격차가 현저합니다. 재생에너지 수요는 풍부함에도 공급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재생에너지 조달이 어려워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한다는 말이 엄살이 아닌 이유입니다.
최근 RE100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관인 클라이밋그룹(Climate Group)과 RE100 한국파트너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조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이재명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낸 바 있습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 △전력망 인프라 투자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 제도 개선 등이 담긴 서한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기존 30.2%에서 21.7%로 하향 조정한 바 있는데, 기업들의 수요를 고려할 때, 2030년까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최소 33%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도 담았습니다. 재생에너지 설비를 신규로 구축할 수 있는 입지 여건이 충분함에도 해당 지역 전력망의 수용 능력 부족으로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지적과 함께 전력망 인프라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강조하였습니다. 또 재생에너지 추가성이 높은 PPA 제도의 실질적 작동을 위하여 △사용료 및 부대비용의 투명한 책정 △제한적인 계약 조건 완화 △복잡한 행정 절차 간소화 등 구체적인 제도 개선도 제언하였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표방하며,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을 예고하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산업 업그레이드 차원에서 재생에너지를 ‘성장 동력’으로 제시하고 RE100 산단 조성은 물론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하여 이익 분배 제도 활성화 등도 공약하였습니다.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행이 핵심이며, 속도도 매우 중요합니다. 앞으로의 5년은 분명 우리나라 경제의 흥망을 좌우할 마지막 기회입니다. 오늘 제3회 기후경쟁력 포럼의 주제가 ‘성장을 위한 전환 : 재생에너지 혁신의 마지막 기회’인 이유입니다.
재생에너지는 이제 ‘생존’의 문제입니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으로 에너지 전환을 하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정책 설계, 투자, 인프라 구축 등에 실패한다면 향후 우리의 경제는 긴 어둠의 터널 속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입니다. 오늘 기후경쟁력 포럼이 우리나라 기업과 경제의 기회를 만들고 희망을 만들어 가는 세미나가 되기를 바랍니다.
영상이지만, 기조강연을 해 주신 존 번 석좌교수님, 바쁘신 가운데서도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기후정책’에 대하여 직접 기조발제를 해 주신 박지혜 의원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축사를 통해 힘을 보태 주신 한화진 탄중위 공동위원장님, 국회ESG포럼 민병덕 공동대표님, 김소희 의원님, 서왕진 의원님, 그리고 신정부에 정책 제언을 해주시기 위해 나오신 기업 분들과 좌장을 맡으신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양춘승 상임이사님과 패널 분들, 그리고 모든 참석자 분들에게 역시 고맙다는 마음을 전합니다.
공동 주최 주관 기관인 비즈니스포스트 강석운 대표님과 행사 준비를 해주신 두 기관의 관계자 여러분께도 수고 많으셨다는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