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 아람코 등 글로벌 화석연료 기업들이 입힌 기후피해 규모가 수십조 달러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박람회 현장에 걸린 사우디 아람코 부스에 걸린 간판.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지난 30년 동안 화석연료 기업들이 입힌 기후피해가 최소 수십조 달러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현지시각) CBS뉴스는 미국 다트머스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등재한 논문을 인용해 글로벌 화석연료 기업 111곳이 1991년부터 2020년까지 입힌 기후피해 규모가 약 28조 달러(약 4경14조 원)로 추산됐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을 위한 데이터를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 정보업체 '카본 메이저스'에서 제공받았으며 약 1천 개에 달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각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 기온을 얼마 만큼 높였는지 분석했다.
여기에 추가로 시뮬레이션 80여 개를 진행해 각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 매년 가장 더운 5일 기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고 폭염 강도 변화가 글로벌 경제의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수학적으로 측정했다.
크리스포터 켈러핸 다트머스대 박사와 저스틴 맨킨 다트머스대 지리학 교수는 CBS뉴스를 통해 "기후 책임과 관련한 과학적 논거는 이미 충분히 갖춰졌다"고 설명했다.
전체 피해 금액 가운데 약 3분의 1은 상위 다섯 개 기업에 의해 발생했고 이들이 입힌 피해액을 더하면 약 9조 달러(약 1경2863조 원)에 달했다.
사우디 아람코가 2조500억 달러, 러시아 가즈프롬이 2조 달러, 미국 쉐브론이 1조9800억 달러, 엑손모빌이 1조9100억 달러, 영국 BP가 1조45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이번 보고서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피해액만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허리케인, 가뭄, 홍수 등 다른 극단적 기후 현상까지 포함한다면 피해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맨킨 교수는 "과거에는 이산화탄소가 어떤 피해를 유발했는지 특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이번 연구는 과학적으로 그 모호함이 사라졌다는 것을 명확히 드러낸다"며 "이제 우리는 주요 배출 기업이 일으킨 피해를 추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BS뉴스는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해 사우디 아람코, 가즈프롬, 쉐브론, 엑손모빌, BP에 사실확인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기후학계에서 저명한 학자들은 이번 연구가 상당한 타당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프레데리케 오토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기후학 강사는 CBS뉴스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방법은 매우 튼튼한 기반을 갖고 있으며 이런 접근 방식이 더 많은 연구그룹에 의해 채택되면 과학도 발전할 뿐만 아니라 어떤 요인이 기후에 차이를 만드는지 더 잘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클 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기후학자는 CBS뉴스를 통해 "이번 연구는 매우 훌륭한 개념 검증을 진행했다"며 "다만 실제 기업들이 초래한 피해를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