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2025-04-15 15: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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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금융위원회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진입의 문턱을 높이기로 결정하면서 일부 증권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최근 종투사 진입에 성공한 대신증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반면 그 뒤를 쫓던 교보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갈 길이 더 멀어지게 됐다.
▲ 11호 종투사에 공식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교보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부담이 배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9일 발표된 금융위의 종투사 제도개선안의 골자는 부동산 투자규모를 줄이고 기업금융(IB) 규모를 늘리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뿐 아니라 개선안의 말미에는 향후 종투사 진입 요건을 더 엄격히 하겠다는 단서가 실렸다.
금융위는 “올해 3분기까지만 현행 기준대로 종투사 신청을 접수하고 그 이후부터는 요건을 강화할 예정”이라 말했다.
종투사란 자기자본 3조 원 등 기준을 달성한 대형 증권사가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 취득하는 자격이다.
종투사가 되면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확대되며 펀드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전담중개업무 서비스가 가능해져 IB 역량이 대폭 증대된다.
특히 증권업계는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양극화가 심해, 중형사들은 종투사 진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금융위는 앞으로 종투사 심사에서 정량적 기준은 강화하며 정성적 기준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우선 기존의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이라는 요건을 연말 결산 기준으로 2기간(2년) 연속으로 충족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한 종투사 신청 증권사의 제재이력(사회적 신용)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종투사 진입 조건 변화로, 소위 ‘마지막 문’을 닫고 지난해 말 10호 종투사 진입에 성공한 대신증권은 안도하는 반면 11호 종투사에 공식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교보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변경되는 규칙을 소급적용해 보면 우선 정량적 평가 기준의 경우, 대신증권에게는 큰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2019년 2조170억 원 - > 2020년 2조773억 원 -> 2021년 2조6532억 원 -> 2022년 2조7229억 원 -> 2023년 3조214억 원 -> 2024년 3조3153억 원으로 증가하면서 2023년과 2024년 동안 2년 연속 3조 원 이상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다만 대신증권은 두 번째 정성평가 요건에서는 발목을 잡혔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제시한 ‘제재 이력’의 기준이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대신증권은 2024년 4월 사모펀드 불완전판매로 기관경고 조치를 받았으며 그보다 1년4개월 전에도 라임펀드 사태로 기관경고 조치를 받은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관경고 조치를 받으면 증권사는 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분야 진출에 제약이 걸릴 수 있다. 종투사 제도는 명목상으론 지위이지만 실질적으론 신용공여 확대, 전담중개업무, 발행어음 등에서 신사업의 인가를 내어주고 있다.
▲ 대신증권은 2024년 말 10호 종투사 진입에 성공했다.
한편 11호 종투사에 도전장을 낸 교보증권과 우리투자증권 입장에선 우선 정량평가 조건에서부터 종투사 진입이 더욱 늦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교보증권의 자기자본은 2019년 9607억 원 -> 2020년 1조2633억 원 -> 2021년 1조3949억 원 -> 2022년 1조5617억 원 -> 2023년 1조8772억 원 -> 2024년 1조9857억 원으로 증가해 왔다.
우리투자증권은 2022년 6747억 원 -> 2023년 1조1017억 원 -> 2024년 1조1453억 원 순이다.
둘 다 장기적으론 우상향했지만 답보세가 없지 않았던 것이다. 교보증권의 경우 2020년 -> 2021년 및 2023년 -> 2024년 구간,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2023년 -> 2024년 구간은 자기자본 증가폭이 크지 않았다.
증권사에 따라 자기자본이 감소하는 경우도 있다. 하나증권의 경우 2022년 기준 자기자본은 5조8060억 원이었으나 이후 부동산 자산에서 타격을 입으면서 2023년 기준 5조7411억 원으로 줄어든 바 있다.
결국 증권업계는 본질적으로 업황이 격동적이어서 때에 따라서는 자기자본 성장세가 제자리걸음을 보이거나 감소하기도 하는데, 앞으로 다가오는 ‘2년 이상 자기자본 3조 원 이상 유지’의 조건이 11호 종투사 후보들에게는 상당히 까다롭게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보증권과 우리투자증권에게 있어 정성평가의 신설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두 증권사 모두 자기자본 3조 원까지 앞으로 갈 길이 먼데, 그 기간 동안 최대한 제재를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위는 종투사 개편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올해 2분기 내로 예고한 이후 연내에 개정 완료할 예정이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