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통신 3사가 수년 간 5G 설비투자를 지속적으로 줄이면서 연간 4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는 줄이면서 고가 요금제로 이익이 증가하는 통신사에 대한 요금 인하 요구가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수 년째 5세대(G) 이동통신 설비투자를 지속적으로 축소하는 가운데 수익 규모는 갈수록 늘고 있어 통신요금 인하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설비투자 감소는 통신 서비스 전·후방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5G 품질 저하로도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1일 통신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통신 3사의 지난해 설비투자 규모는 2019년과 비교해 약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 3사의 설비투자는 5G 투자가 집중됐던 2019년 9조5900억 원을 정점으로 2020년 8조2700억 원, 2021년 8조2천억 원, 2022년 8조1700억 원, 2023년 7조3300억 원, 2024년에는 6조6100억 원 등 매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통신사별 설비투자 내역을 보면 SK텔레콤은 2조39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8%, KT는 2조2999억 원으로 4.6%, LG유플러스는 1조9208억 원으로 23.6% 각각 감소했다.
이 같은 설비투자 감소 추세는 5G 서비스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오는 2030년경 6G 투자가 본격화하기 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줄어든 투자는 고스란히 통신사 영업이익으로 쌓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전년 대비 25.3% 증가한 1조536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또 올해 3사 연간 영업이익 합계액은 지난해 대비 1조 원 이상 많은 5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사 설비투자는 통신공사업체를 비롯해 철강, 전자부품, 건설, 네트워크 장비 등 수많은 전·후방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통화 품질과 데이터 전송 속도에 직결되는 기지국, 광케이블, 서버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경우 이용자 서비스 만족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5G와 같은 차세대 기술이 안정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지속적 설비 확충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통신사 설비투자 축소는 후방 산업에 연쇄적 영향을 미치며, 국가 전체 산업 생태계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통신사는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 기간산업을 운영하는 만큼, 단기적 수익성보다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신 3사의 5G 요금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5G 품질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가 지난 2월 발표한 '5G 원가자료 1차 분석 결과'에 따르면, SK텔레콤은 LTE 대비 20배 빠른 속도를 구현하기 위해 3.5GHz 기지국뿐만 아니라 28GHz 기지국에 대한 투자를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전체 투자액 2조9150억 원 중 약 90%를 3.5GHz 기지국 투자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투자에도 도심 내에서조차 여전히 통신 음영 지역이 존재하며, 지방 소도시나 도서 지역 등 일부 지역에는 5G 기지국 자체가 설치되지 않은 채 5G 서비스가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참여연대는 주장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경제연구소장은 “통신사들이 4만 원대 중간 요금제를 출시하긴 했지만, 이를 요금 인하로 보기는 어렵다”며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일부 이용자가 중간 요금제로 이동했을 수는 있으나, 그 혜택은 전체 통신 가입자 7천만 명과 비교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 이동통신 3사는 5G 통신서비스 성숙에 따라 설비투자 감소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5G 도입 이후 가계 통신비가 안정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하지만 통신사들은 5G 서비스가 성숙기에 접어들어 설비투자가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5G 도입 이후 가계 통신비는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며, 요금제도 다양화하면서 오히려 이용자 통신 편익은 증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가 5G 원가자료에 대한 1차 분석 결과를 발표하자, SK텔레콤은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 지표를 통해 가계 통신비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SK텔레콤 측은 ARPU가 △2018년 4분기 3만1328원 △2019년 4분기 3만1215원 △2020년 4분기 3만269원 △2021년 4분기 3만740원 △2022년 4분기 3만495원 △2023년 4분기 2만9562원 △2024년 4분기 2만9495원으로, 점차 감소하거나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했다.
또 5G 요금제 종류도 2019년 4종에서 2024년에는 52종으로 늘어나 이용자들의 요금제 선택 폭이 크게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설비 투자는 필요한 경우 지금도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며 “이동통신사 평균 매출 단가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고, 전체 통신 매출도 감소하는 상황에서 설비 투자 축소로 수익을 얻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5G 통신 품질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음영 지역 해소를 위한 커버리지 확대 작업도 꾸준히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