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발언하는 사람을 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무역 보호 정책이 미국의 에너지 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각) 가디언은 외교안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분석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가 미국을 글로벌 에너지 산업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드는 '악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레슬리 에이브럼스 CSIS 부국장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관세는 높은 확률로 미국이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해 미국을 글로벌 시장의 변두리로 몰아낼 것"이라며 "제조에 필요한 기초 부품을 대부분 수입해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한 대로 기초 부품 제조능력을 미국 내에 성공적으로 유치한다고 해도 생산 비용 상승 문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미국 정부가 시행을 앞둔 관세는 시멘트, 철강, 알루미늄 등 원자재들도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브럼스 부국장은 "좀 더 넓은 거시 경제 차원에서 보자면 관세는 미국이 자본을 유치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친환경적인 바이든 정부 시절에는 미국에 관심을 보였던 글로벌 투자자들은 백악관의 공격적인 반 친환경 메세지에 투자를 주저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투자 자본이 부족해지면 미국이 계획한 대로 제조업을 부양하는 것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은 향후 정권이 바뀌어 미국이 다시 친환경 에너지 경쟁에 뛰어들었을 때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바라봤다.
에이브럼스 부국장은 "이는 곧 잠재적으로 미국 국내에 유치할 수 있었던 친환경 제조업 기반이 국외로 빠져나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곧 미국의 미래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나타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미국의 관세 조치가 다른 나라들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분석됐다.
킹스밀 본드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 전략가는 가디언을 통해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더 크게 단절될수록 다른 나라들은 미국에서 했을 더 많은 일을 미국 밖에서 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미국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는 비극이 되겠지만 다른 국가들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단체 '350.org'가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관세 조치를 시행해도 글로벌 친환경 산업에 입히는 타격은 미미할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중국의 친환경 제품 무역량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는데 미국은 중국발 친환경 제품 가운데 단 4%만을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고관세를 부과한다 해도 중국의 친환경 제조업이 입는 피해는 매우 작을 것이라는 뜻이다.
안드레아스 시버 350.org 부국장은 가디언을 통해 "트럼프의 관세 조치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을 늦추지 못할 것이고 오히려 미국인들에 피해를 줄 뿐"이라며 "그의 최근 움직임은 이미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