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에 수출길 막힌 BYD 한국서 전기차 '재고떨이' 논란, 아토3 이어 씰도 구형 모델 판매
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2025-04-11 16: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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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전기차 제조사 BYD(비야디)가 올해 1월 국내 출시한 전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에 이어 이달부터 사전예약에 들어간 중형 전기 세단 ‘씰’까지 국내에 구형 모델을 판매하는 것으로 확인돼 ‘재고떨이’ 논란에 휩싸였다.
중국 본사가 씰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이미 반년 전에 공개했는데도 국내에서는 3년 전 출시한 구형 모델을 판매하는 것이다.
▲ 중국 전기차 제조사 BYD(비야디)가 한국에서 전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에 이어 전기 세단 ‘씰’까지 구형 모델을 판매하면서 ‘재고떨이’ 논란에 휩싸였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에 따라 최근 세계 관세전쟁 영향에 수출이 어려워진 BYD가 한국 시장에서 전기차 재고처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비자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BYD 입장에서는 관세가 높은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해 관세가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으로 수출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앞으로 출시하는 신차도 구형 모델이 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11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BYD가 올해 1월 국내 진출을 선언한 이후 3개월 사이에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BYD코리아는 지난 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전시장에서 개막한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씰을 공개함과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판매하는 씰이 신형 부분변경 전 구형 모델인 것으로 밝혀졌다.
BYD는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씰 부분변경 신차를 공개했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모델은 2022년 5월 출시된 모델이다.
신형 씰에는 자율주행의 핵심 장치인 라이다(LiDAR) 센서를 처음으로 적용해 오토파일럿과 자동주차 기능이 지원된다. 오토파일럿은 국내에서 아직 사용할 수 없는 기능이라고 해도, 구형 씰은 자동주차 기능도 제공하지 않는다.
BYD는 아토3에서도 같은 논란을 겪었다. 올해 1월 국내 아토3를 공개한 이후 중국에서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됐다. 전기차 보조금 산정 문제로 아토3 인도가 늦어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차 키도 받기 전에 구형 차량이 됐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씰이 구형 모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여러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구형 모델이면 가격이라도 낮아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며 불만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씰 국내 판매 가격은 전기차 보조금 적용 전 기준으로 후륜구동 모델이 4750만 원, 4륜구동 모델이 5250만 원이다.
최근 환경부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데 불리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대폭 줄이고 있다. LFP 배터리를 탑재한 아토3가 국고 보조금을 145만 원밖에 받지 못한 것을 고려하면 씰의 국고 보조금도 비슷한 수준에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 보조금을 합해도 보조금 적용 후 씰 판매 가격은 4500만~5천만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BYD의 중형 전기 세단 씰. < BYD >
최근 정부가 내놓은 미국 관세 대응 방안도 BYD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미국의 자동차 25% 관세 조치로 타격이 예상되는 국내 자동차·부품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기업의 전기차 할인 노력과 연계해 추가로 지급하는 정부 매칭 보조금 지원 비율을 기존 20~40%에서 30~80%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가격이 4500만~5300만 원인 전기차는 제조사가 가격을 500만 원 이상 할인하면, 40%의 구매 보조금을 지원한다. 제조사 할인 가격이 500만 원 미만이면 20%만 지원한다.
5천만 원짜리 차량을 제조사가 800만 원 할인하면 전기차 보조금과는 별도로 구매보조금 22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제조사 할인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이번에 700만 원 이상 구간을 신설하고, 매칭 보조금 지원 비율을 80%로 정했다. 500만 원까지는 할인액의 30%, 500만 원~700만 원까지는 할인액의 50%, 700만 원 초과 구간은 할인액의 80%가 구매보조금으로 지원된다.
기존 기준으로는 제조사가 800만 원을 할인하면 구매보조금 220만 원을 지원받았지만, 앞으론 330만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정부 방안에 동참해 할인폭을 늘릴수록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 혜택이 커지면서, BYD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림에 따라 현대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6, 코나일렉트릭과 기아 EV3, EV4, EV6 등이 이번 구매보조금 정책 대상이다.
일각에서는 BYD코리아가 아토3과 씰에 이어 앞으로 출시할 전기 SUV '씨라이언7' 등도 구형 모델을 판매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관세 인상으로 해외 수출이 어려워진 BYD가 한국을 재고 처리하기 좋은 시장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소비자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미국 정부는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미국 동부시각 지난 10일 0시1분부터 관세 145%를 부과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중국 전기차에 관세 27%를 부과한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 전기차에 8%의 관세만 부과한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