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HD현대건설기계 안팎에 따르면 지난해 큰 폭으로 떨어졌던 영업이익이 올해도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HD현대건설기계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조4381억 원, 영업이익 1904억 원을 거뒀다. 1년 전보다 매출은 10.1%, 영업이익은 26.0% 감소한 것이다.
최 사장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 전반의 건설기계 수요 둔화, 시장 경쟁 심화 및 딜러 재고 축소를 위한 판촉 지원비 증가 등이 겹치며 지난해 초 HD현대건설기계 실적 목표로 내세웠던 매출 4조120억 원, 영업이익 2638억 원에 모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당초 최 사장은 올해 HD현대건설기계 경영 목표를 매출 3조7473억 원, 영업이익 1946억 원으로 설정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을 최소한이라도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보여졌다.
하지만 지속해서 부진한 실적을 벗어나지 못했던 중국 지역의 사업재편에 나서면서 올해도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해진 상황을 마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건설기계는 최근 올해 영업이익 목표치를 기존보다 341억 원 더 낮춘 1605억 원으로 수정했다. 이 목표를 다 채운다하더라도 지난해와 견줘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번 영업이익 목표치 하향 조정은 종속법인으로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 현대강소공정기계의 생산중단 및 사업재편 결정에 따른 것이다.
HD현대건설기계는 현대강소공정기계가 중단한 생산분을 HD현대인프라코어의 중국 연태 공장에 위탁하기로 했다.
현대강소공정기계는 2021년 순이익 122억 원을 낸뒤 3년 연속으로 매년 300억~400억 원대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 1만2천 대 규모의 현대강소공정기계는 지난해 4275대를 생산했는데 평균가동률로 보면 40%에서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HD현대건설기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소형 제품 중심으로 회복된 중국 업황이 올해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과 함께 중대형 제품에서도 완만한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HD현대그룹 건설기계 부문 차원에서 HD현대인프라코어로 생산을 단일화해 고정비 감축 등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으로 해석된다.
HD현대건설기계는 생산만 위탁할 뿐 기존 영업 등의 판매 및 수출활동은 지속하기 때문에 매출에는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생산중단 등에 따른 사업재편 비용을 영업이익 목표에 반영한 것이다.
현대강소공정기계의 생산중단은 최 사장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적 반등 시기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최 사장의 올해 HD현대건설기계 경영전략은 명확한 편이다. 건설기계 시장이 단기의 큰 업황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내실 경영과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전념하겠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구체적으로 회복 탄력성을 유지하고 시장 회복에 대비해 경쟁우위 기반을 쌓아두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현대강소공정기계 생산중단은 미래 손실 발생 가능성을 지울 수 없는 사업을 정리해 경쟁력을 되찾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 사장이 사업재편을 통해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정부 주도 인프라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인도다.
올해 HD현대건설기계 전략과제에서 인도에 신성장 거점을 구축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HD현대건설기계는 지난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3연임 확정 이후 현지 철도 등 교통 인프라에 관한 투자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인도법인이 생산해야 할 건설기계 대수가 2029년 1만2475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인도법인에서 생산한 6575대와 비교하면 5년 동안 2배 가까이 확대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HD현대건설기계는 2027년까지 증설을 통해 인도법인의 연간 생산능력을 현재 6천 대에서 1만3천 대로 늘리는 작업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 인도법인의 긍정적 미래는 현재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HD현대건설기계의 지난해 글로벌 평균가동률 46.15%와 비교하면 인도법인의 평균가동률은 109.58%에 이른다. 인도법인 매출과 순이익도 2023년 4821억 원, 110억 원에서 지난해 5892억 원, 186억 원으로 크게 개선됐다.
최 사장은 인도법인을 향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까지 이어지는 HD현대건설기계의 글로벌 저비용 생산기지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 최철곤 HD현대건설기계 대표이사 사장이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HD현대 >
최 사장은 이 밖에도 올해를 중장기 성장의 기반을 닦는 해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밑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HD현대건설기계는 전자 유압시스템(FEH), 신형 디젤엔진, 다수의 스마트 기술을 탑재한 40톤급 굴착기(HX400)를 서울 모빌리티쇼와 독일 바우마 2025에서 잇따라 선보이며 북미와 유럽 등 선진시장 수요 회복기에 대응하기 위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울산캠퍼스 선진화 프로젝트 완료를 기점으로 글로벌 생산기지 운영 최적화에 나서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울산캠퍼스 선진화 프로젝트로 울산공장 검사설비 및 조립 공정을 자동화해 품질 수준을 향상하고 스마트팩토리의 실시간 데이터 수집 및 분석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연간 생산량은 9600대에서 1만5400대로 60% 이상 확대된다.
최 사장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지난 3일 진행된 HD현대 건설기계부문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기자간담회에서 “5월20일쯤 울산캠퍼스 스마트팩토리가 지난 2년 동안의 공사를 끝내고 완성된다”며 “굉장히 의미 있는 이벤트”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HD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울산 선진화 공장을 기반으로 품질 및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광산 채굴에 특화한 초대형 장비 등 시장별 맞춤형 제품을 생산 및 공급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 점유율과 매출 확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