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5-04-10 15: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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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조현민 한진 마케팅총괄 겸 디지털플랫폼사업총괄 사장이 택배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며 내놓은 ‘주 7일 배송’ 도입이 난관에 부딪혔다. 택배 기사들의 거센 반발 때문이다.
회사 택배기사들은 주 7일 배송 체계를 일방적으로 도입하려 한다며, 휴식권·건강권을 보장할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전면 배송거부’ 등 파업에 나설 태세다.
▲ 조현민 한진 마케팅총괄 겸 디지털플랫폼사업 사장이 택배노조의 '주 7일 배송' 도입 반대에 어떻게 대처할지 관련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진>
국내 택배 시장 선두를 꿰찬 쿠팡(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의 로켓배송에 맞서기 위해 국내 택배 기업들은 앞다퉈 주 7일 배송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한진 입장에서도 경쟁을 위해선 주 7일 배송을 늦추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택배노조 반발에 단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게 된 상황에 처했다. 이에 따라 조 사장이 이 난관을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
10일 물류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한진은 오는 27일부터 ‘주 7일 배송’을 시행할 예정이지만, 택배 노조 반발로 시행이 불투명해졌다.
한진 택배노조는 10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진 본사 앞에서 주 7일 배송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측은 "택배 기사들의 건강권·휴식권을 보장하는 협약을 마련할 수 있다면, 주7일 배송 도입 자체에는 유연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노조 측은 "그동안 사측에 주 7일 배송 도입과 관련해 수차례 질의했지만, 도입 계획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며 "또 여러 차례 대책 협의를 제안했지만, 사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한진이 택배기사와 직접 고용계약을 맺은 대리점에 관련 대책 마련을 떠넘긴 채, 주 7일 배송 시행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진보다 주 7일 배송을 먼저 도입한 CJ대한통운도 지난해 하반기 회사-대리점-택배기사 들이 충분한 사전협의를 거쳤음에도 올해 초 시행 이후 택배기사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한진택배 기사들 사이에선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는 거래처 대부분이 쉬는 일요일에는 배송 물량이 적어 수입이 적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수입도 적은데 '일요일 휴식 보장'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한진 소속의 한 택배기사는 “CJ대한통운은 기사 1명이 담당하는 배송 구역이 작기 때문에 2인1조, 3인1조 등의 형식으로 물량을 배분할 수 있지만, 한진이나 롯데택배는 1인 담당구역이 넓고 물량이 적어 새로운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CJ대한통운은 택배 상품이 이미 분류된 상태로 기사가 배송업무를 시작하지만, 한진은 택배기사가 직접 새벽부터 분류 작업을 한 뒤 배송을 시작하는 체계라, 이를 고려한 근무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배 기사들의 건강권·휴식권 등 대책 요구를 회사 측이 계속 외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2020년 국내에서만 택배기사 16명이 과로로 연달아 사망하면서 택배기사들의 근로환경·처우개선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고, 이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당시 한진택배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후 회사는 2020년 10월 △자동분류기 도입 △분류지원인력 1천명 추가 투입 △심야배송 중단 등의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