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BQ는 해외사업 확장과 국내 사업의 재정비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BBQ 본사. < BBQ >
[비즈니스포스트]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이하 BBQ)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위메프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유통업계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대부분의 첫 반응은 “왜 치킨회사가 이커머스를 인수하려고 하지”, “사업적인 시너지가 전혀 없다”, “왜 부채덩어리, 골치 아픈 위메프를 인수하는지 모르겠다” 등이었다.
특히 BBQ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고, 앞으로 최종적으로 인수가 확정되면 플랫폼 활용 방안과 가격 조건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알려지면서 ‘인수 논란’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BBQ 관계자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일 자체는 사실이라면서도, “논바인딩 형태로 구체화된 상황이 아니고, 이제 막 초기 단계에서 검토하는 정도”라며 말을 아꼈다.
왜 이런 사단이 난 것일까?
이번 인수 추진 건과 관련해서는 위메프 측이 BBQ에 먼저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위메프는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로 경영진이 재판을 받고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팔지 않으면 구영배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철창살이를 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인수 제안은 최고 경영자에게까지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최고 경영자는 실무진에게 실사 자료를 받아 위메프의 자산과 채무규모 등을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실무진의 검토 결과, 위메프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는 물건(?)이었다. 더구나 인수 가격으로 알려진 100억 원 외에 부채로 잡혀 있는 4천여억 원은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었다. 사업적으로도 ‘소리없는 전쟁터’라고 할 수 있는 이커머스 북새통에 뛰어든다는 것이 사업 다각화를 떠나 자칫하면 본업까지 훼손시킬 수 있었다.
여기에 위메프의 구 대표는 판매 대금 미정산, 배임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 검찰은 구 대표가 회사 자금을 ‘개인 금고’처럼 쓰면서 판매자에게 줘야 할 정산용 보유 자금을 모회사인 큐텐으로 유출했다고 보고 있었다. 검찰은 구 대표가 악화된 재정 상황을 은폐하고, 티메프가 소위 ‘돌려막기’ 영업을 지속한 결과 33만 명에게 1조8천억여 원 규모의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인수 추진 건은 비밀유지가 생명인데, 어떻게 외부로 나갈 것일까? 논란은 지난 8일 구 대표가 법정에서 티메프(티몬, 위메프) 미정산 상태에 대한 배임 혐의을 부인하고, 법원을 나오면서 변호인들과 함께 밝히면서 시작됐다. 더구나 구 대표 측에서 BBQ의 사업적 다각화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런 의심을 더욱 짙게 했다.
▲ BBQ는 최근 인디애나 주의 주도 인디애나폴리스에 ‘BBQ 인디애나 캐슬턴점’을 열었다. < BBQ >
유통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위메프 쪽에서 인수 이야기를 밝힌 것은 세간의 주목을 돌리기 위한 꼼수”라며 “더구나 실사를 하기도 전에 인수 검토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계획된 의도”라고 말했다.
구 대표의 이런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7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국회서 조그만 도와주면 티메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해 여야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당시 한 국회의원은 “세금으로 해결해달라니 어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치킨업계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역성장 상태에 빠져 있다. 한 집 건너 치킨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포화상태다. 더구나 새로운 브랜드가 자꾸만 생겨나고, 프랜차이즈 체인으로 영업을 넓히다보니 치킨업종은 그야말로 황폐화된 지 오래다. 문 여는 치킨집보다 문 닫는 집이 더 많다는 이야기가 횡횡할 정도다.
결국 치킨 회사들은 생존을 위해, 내수의 울타리를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치킨의 3대장(BBQ, bhc, 교촌)이 해외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오픈하는 것은 그들의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생존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사업도 더 이상 치킨 하나만으로는 한계를 느끼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BBQ 역시 치킨 프랜차이즈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유통, 외식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사업적인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소위 말하는 ‘괜찮은 물건’을 찾는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 소문은 구 대표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리고 이 사태가 일어났다.
BBQ의 위메프 인수 건은 ‘한 여름 밤의 꿈’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업계에서도 위메프를 손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싣고 있다. 취해서 얻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곧 버는 것이라는 지적을 꼽씹어야 할 때다. 장원수 소비자&4차산업부장/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