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5-04-09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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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명제 삼성자산운용 ETF부문장 부사장. <삼성자산운용>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우연히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여의도 증권가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1998년 당시 증권업계 1,2,3위 회사 중 27년이 지난 현재 단 한 개 회사도 남아있지 않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반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4년 동안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런 삼성자산운용에 여러분의 자산을 믿고 맡겨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시장 투자자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돌아온 박명제 삼성자산운용 ETF부문장 부사장의 대답이다.
국내 대다수 ETF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을 향한 조언으로 보통 ‘분산투자’와 ‘장기투자’를 말한다. 하지만 박명제 부사장은 ‘삼성자산운용’ 그 자체를 투자 솔루션으로 제시했다. 삼성자산운용에 대한 자신감이다.
박명제 부사장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자산운용 출신이다. 블랙록 홍콩법인, 블랙록 한국법인 대표 등을 거쳐 지난해 말 삼성자산운용의 ETF사업을 총괄하는 ETF사업부문장으로 합류했다.
세계 1등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한국법인 대표를 지낸 박 부사장은 국내 1등 자산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에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아이셰어즈(iShares, 블랙록 ETF 브랜드) 전문가에서 코덱스(Kodex, 삼성자산운용 ETF 브랜드) 전문가로 변신한 박 부사장을 9일 비즈니스포스트가 서면으로 만났다.
“선관주의 의무에 기반해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시 하는 점, 투자자의 재정적 웰빙을 추구하는 점, 직원들이 하나의 팀으로 조화롭게 협업하는 점 등의 운용철학과 근무환경이 삼성자산운용을 선택한 주요 이유다.”
박 부사장은 블랙록을 떠나 삼성자산운용에 새 둥지를 튼 이유로 고객의 이익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투자 철학을 꼽았다.
이는 박 부사장이 삼성자산운용에 투자를 믿고 맡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27년의 직장생활 중 홍콩에서 근무한 햇수가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삼성자산운용에 합류했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그동안 일했던 해외 운용사와 비교해 업무 접근방식이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개인 역량에 의존해 특정인이 이직하면 회사의 주력상품이 변경되는 게 아니라 팀과 부문별로 업무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 조직적으로 협업하는 업무방식 역시 매우 유사했다.”
박 부사장은 블랙록 한국법인 대표에 오르기 전 아이셰어즈(iShares) ETF 한국영업총괄, 홍콩법인 동북아시아 영업총괄을 맡는 등 20년 넘게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영업을 해 온 ‘ETF 전문가’다.
이에 지난해 말 전해진 박 부사장의 삼성자산운용 이직 소식은 자산운용업계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박 부사장은 삼성자산운용의 운용철학과 선진화한 시스템 외에 한국 회사에서 일하며 국내 투자업계 발전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도 삼성자산운용을 선택한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식들이 더 이상 외국계를 대변하지 않고 국내 투자자들과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국내 금융사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개인적 소망 역시 삼성자산운용 선택의 주요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하다. 아무리 의도가 좋더라도 투자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시장 경쟁력은 퇴보하기 마련이다.
국내 ETF시장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확실한 무기는 좋은 상품이 주는 안정적이고 단단한 수익률뿐이다.
박 부사장 역시 삼성자산운용에서 차별화한 상품과 높은 수익률로 역량을 증명해야 하는 셈인데 현재 시점에서 안정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코덱스 ETF로 미국증시와 테크기업, 단기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을 추천했다.
“주식 투자는 미래 성장에 대한 믿음에 근거한다. 그런 면에서 향후 세계경제 성장을 이끌 국가와 기업에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국가 측면에서는 미국, 기업 측면에서는 반도체, 인공지능과 같은 미래의 성장을 이끌 기업 및 업종이다. 따라서 S&P500, 나스닥100 같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테크 관련 기업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채권투자는 성장과 다소 상이한 개념인 안정적 수익이 투자의 기반이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은 만기가 20년, 30년 이상으로 지나치게 길어 금리 변동성에 가격변동성이 크게 노출되는 장기형 상품보다는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 MMF(머니마켓펀드)처럼 만기가 짧으면서 안정적 수익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채권형 상품을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최근 삼성자산운용이 출시한 버퍼형ETF 'Kodex 미국S&P500버퍼3월액티브'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 박명제 부사장이 3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Kodex 미국S&P500버퍼3월액티브’ ETF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ETF시장에서 최근 2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가 버퍼형ETF다. 상품이 제공해주는 버퍼로 상대적 안정감을 추구하는 동시에 시장 등락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목표 기간 내 일정 수익을 추구할 수 있어서다. 국내에도 버퍼형ETF와 같은 구조화 상품에 대한 수요는 계속 있었지만 운용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주저했다. 하지만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1위 운용사로서 시장 선도에 대한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상품을 오랜 기간 개발했고 아시아 운용사 최초로 결국 상장까지 성공했다.”
박 부사장은 1970년생으로 명지대학교에서 사학을 전공한 뒤 조흥증권 등을 거쳐 2004년 메릴린치투신에 합류했다.
2006년 메릴린치투신이 블랙록에 합병되며 블랙록에 새 둥지를 틀었고 2023년 블랙록 한국법인 대표를 역임한 뒤 2024년 말 삼성자산운용 ETF부문장 부사장에 선임됐다.
삶의 작은 부분에서 행복을 느끼는 스타일로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 외에 특별한 취미는 없다고 한다.
박 부사장은 “출근 전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는 것 외에 별다른 취미는 없다”며 “운동 후 찬물로 샤워를 하며 하루를 준비하는 것이 하루 중 저를 위해 누릴 수 있는 즐거운 사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부사장이 삼성자산운용에서 꾸는 꿈은 작지 않다.
박 부사장은 삼성자산운용 ETF부문장으로서 앞으로 목표를 묻는 질문에 “몇 년 전 감명 깊게 읽은 책”이라며 반도체의 역사를 기술한 ‘칩워’를 소개하는 것으로 대답을 시작했다.
“칩워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혁신’과 반도체 혁신을 이끈 인텔의 고든무어, TSMC의 모리스 창, 삼성의 이병철 회장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국가와 국민에 대한 소명의식이었다. 개인의 영달에 앞서 미래세대의 번영과 안녕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고 혁신을 이끈 것이다. 비교할 바는 안 되지만, 삼성자산운용에서 일하며 국내 투자자의 재정적 웰빙을 달성하는 데 조그만 초석이 되고 싶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