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4월4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막을 내렸다.
직무정지 기간을 빼고 약 2년7개월 이어진
윤석열 정부는 증권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줬다.
▲ 윤석열 정부는 밸류업이라는 과제를 완수하지 못한 채 막을 내리고 말았다. |
윤석열 정부 시기에 증권업계에 가장 중요했던 사건은 2024년 벽두부터 강력하게 추진된 추진된 밸류업(기업가치제고) 정책이다.
밸류업은 오래 전부터 국내증시의 선결 과제였다. 국내 상장사들의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가 실속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고, 그래서 증시도 박스권에 갖혔다는 인식이다.
이유로 지목된 것은 여러가지다.
북한과의 군사적 대립, 기업들의 구시대적 지배구조, 미미한 주주환원 등 여러 설이 제기돼 왔다.
그런데 2023년 들어 일본 증시가 크게 오르면서, 그같은 급격한 변화가 일본 내 '밸류업 정책'의 성공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윤석열 정부도 이를 참고해 ‘코리아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을 벤치마킹했으므로 주주환원 등에서 유사한 정책들이 많았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밸류업은 일부 기업들의 주주환원 확대를 이끌어내긴 했으나 전체적인 지수 상승은 못 이루면서 미완에 그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의 경우 밸류업 드라이브를 거는 과정이 거침없어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본격적인 밸류업에 앞서 구시대적인 기업 지배구조에 손을 댔다. 기업들의 밸류업 참여도 다양한 방법으로 강하게 압박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의 밸류업은 그 참여를 대부분 기업들의 자율에 맡겼다. 밸류업 우수 기업에게 포상을 제공하는 데 그치는 등 ‘당근’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본질적인 기업 경쟁력 개선 방안보다도 기업들에게 주가순자산배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일부 지표의 기술적인 충족만을 요구한 점도 한계로 꼽힌다.
그 결과 해당 지표들을 충족할 여력을 이미 지니고 있던 일부 금융주와 자동차주 정도만이 밸류업 테마에서 각광받았을 뿐이다.
다양한 국내외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이지만, 수치로 보아도
윤석열 정부의 밸류업 성적표는 초라하다.
증시 수준 평가의 주요 지표인 주가수익률(PER)을 집계하는 전문업체 월드피이레이시오에 따르면 올해 4월8일 기준 코스피의 PER은 8.65배이다.
미국(22.33배), 인도(22.06배), 프랑스(17.17배), 영국(16.80배), 독일(16.72배), 대만(14.49배), 홍콩(14.23배), 일본(13.87배), 싱가포르(12.99배) 등 주요국 증시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며 인도네시아(10.36배), 필리핀(9.75배), 브라질(9.56배), 중국(9.33배)보다도 밑에 있다.
이 업체는 각국 증시 PER을 지난 5년, 10년, 20년의 세 구간으로 나눈 뒤 평균가격 수준을 평가하기도 하는데 위 세 구간 동안 모두 ‘저평가(Undervalued)’ 딱지를 받은 국가는 덴마크와 한국 둘뿐이다.
PER 순위로 봐도 이 업체가 집계한 전세계 41개국 증시 가운데 한국은 39위로 꼴찌 수준이다. 이 아래는 그리스(8.48배)와 콜롬비아(7.25배) 뿐이다.
IMF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 12위로 전망된다. 현재 기준 시가총액 순위도 전 세계 증시 가운데 16위에 이른다.
이제까지 경제적 성과는 탄탄하게 이룩했으나 고질적인 증시 저평가만큼은 20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막을 내린 뒤 이제 국내에서는 대선시계가 돌아가면서 개헌 등 여러 굵직한 사회적 이슈들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밸류업도 그에 못지 않게 시급한 문제로 평가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민들의 자산 증식 측면에서도 증시의 질적 개선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밸류업은 여야가 동의하는 사안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도라도 상법 개정 등을 통해 밸류업에 관한 건전한 논의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