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샤오미 전기차 공장을 방문해 레이쥔 회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샤오미가 전기차 시장 진출 1년 만에 유의미한 성과를 거둬 다른 기업도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유력 외국 언론 평가가 나왔다.
샤오미는 그동안 삼성전자를 따라하는 ‘카피캣’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최근 이재용 회장이 ‘러브콜’을 보냈을 정도로 입지가 올라섰다.
26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논평을 통해 “샤오미의 등장은 거대 자동차 그룹 몰락을 예고하는 신호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블룸버그는 “살아남으려면 샤오미 전기차 사업을 모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샤오미를 바라보는 외국 언론의 평가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사로 보인다.
실제 샤오미는 지난해 3월28일 전기차 SU7을 출시한 뒤 1년 만에 출하량 20만 대를 달성했다. 올해 생산 목표도 35만 대로 올려 잡아싿.
샤오미가 주요 36개 글로벌 제조업체 가운데 파나소닉, 록히드마틴을 제외한 모든 기업보다 감가상각 대비 자본지출(CAPEX) 비율이 더 높다는 집계 결과도 있다.
샤오미가 자산 감가상각 속도와 비교해 상당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전기차 기업 다수는 세계 시장에 닥친 캐즘(대중화 이전 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생산 지연 및 투자 축소를 결정하는데 샤오미는 정반대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다수 전문가 견해를 인용해 “샤오미 전기차 사업이 2026년 스마트폰과 가전 및 서비스 등 부문을 추월해 회사에 가장 큰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샤오미는 전자기기, 생활 가전 부문에서 애플과 삼성전자 등 글로벌 상위 업체 제품을 모방하는 전략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블룸버그는 “샤오미는 매우 뻔뻔하게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해 왔다”고 평가했다. 전기차 SU7도 포르쉐 타이칸과 외형이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샤오미는 이러한 혹평에도 해당 사업 분야에서 성과를 일궈내는 대 성공했다.
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샤오미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4%로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추진한 전기차 신사업에 초반부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오히려 다른 기업들이 샤오미를 뒤따라야 한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로 입지가 뒤바뀐 셈이다.
▲ 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박람회 MWC에 한 방문객이 샤오미 SU7 차량에 탑승해 센터페시아 모니터를 조종해 보고 있다. <연합뉴스> |
CNBC에 따르면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수년 내로 중국 외 국가에서도 전기차 판매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샤오미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키울 공산이 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중국 출장에서 레이쥔 샤오미 회장을 만난 사례도 이를 방증한다.
삼성전자가 카피캣에 불과하던 기업에 자동차 전장부품 협력을 노리고 사실상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급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꼽히는 샤오미와 협력한다면 삼성전자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샤오미의 사례는 삼성전자가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려던 꿈을 접었던 일을 떠올리면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시대 신사업’으로 자동차 전장부품을 점찍고 고객사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과거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추진하던 완성차 제조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애플 또한 10년가량 추진하던 전기차 ‘타이탄 프로젝트’를 2024년 2월 완전히 포기했다.
샤오미는 같은 전자기업인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포기한 전기차 사업에 진출해 보란듯이 성공한 셈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 판매 정체로 고민이 깊은데 샤오미는 이를 넘어섰다. 전기차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모델을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샤오미가 전자기기 운영체제 하이퍼OS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전기차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른 전기차 업체에 차량 운영체제를 판매하는 식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는 이야기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샤오미는 전기차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대신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판매로 수익을 노리고 있다.
2010년 6월 샤오미를 창업한 뒤 여전히 회사를 이끄는 레이쥔 회장의 리더십과 선견지명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레이쥔 회장이 “샤오미가 저가 브랜드로만 여겨지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그가 카피캣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