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이 2024년 10월23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한국패션산업협회 주최로 열린 '2024 글로벌 패션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한국패션산업협회> |
[씨저널] 예부터 군주들은 대업을 이루기 위해 두 유형의 참모를 옆에 뒀다. 내부에서 내실을 책임지고 전략을 짜는 참모와 현장에서 직접 적들과 부딪히며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참모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지주회사 체제 안착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3년 11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되면서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출범했고 현대백화점그룹은 새로운 경영체제에서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이 ‘대업’을 이루기 위해 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이사와 장호진 현대지에프홀딩스 대표이사를 참모로 중용하고 있다.
◆ 영업 전략을 책임지는 정지영, 현대백화점의 성장 주도
정지영 대표는 철저한 ‘현장 전문가’다.
1991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한 후 30년 넘게 그룹의 핵심 영업 부문을 담당하며, 영업전략담당 상무, 울산점장, 영업전략실장 등을 거쳤다.
현대백화점의 건재를 화려하게 알렸던 ‘더현대 서울’이 그의 대표작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이 ‘리테일 아포칼립스’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 대표는 더현대 서울을 통해 백화점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더현대 서울은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고객 경험을 중심으로 설계된 백화점 모델로 자리 잡으며 현대백화점그룹의 새로운 상징이 됐다. 이 성공을 바탕으로 정 대표는 2023년 11월 현대백화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정 대표는 현재 그룹 내에서 영업 전략을 총괄하며 현대백화점의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룹 내에서 결정된 장기적 방향을 현장에서 실행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 장호진 현대지에프홀딩스 사장(왼쪽)과 윤희근 경찰청장이 2023년 12월13일 순직, 공상 경찰관 자녀 지원금 전달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
◆ 경영전략 총괄하는 장호진, 지주회사 체제 안착 주도
장호진 현대지에프홀딩스 대표이사는 경영 기획과 전략 전문가다. 1987년 현대그룹 공채로 입사한 후 종합기획실을 거쳐 2001년 현대백화점에 합류했다.
장 대표는 현대백화점 경영전략실장, 현대그린푸드 대표이사 등을 거치며 그룹의 전략 기획과 경영관리 전반을 담당해 왔다.
특히 장 대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11월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지주회사로 격상된 후 첫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그룹의 새로운 경영체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 정지선 회장이 두 사람에게 맡긴 역할, 현대백화점그룹의 ‘소하’와 ‘장량’
중국 한나라를 건국한 한고조 유방의 곁에는 두 명의 걸출한 참모가 있었다. 바로 소하와 장량이다.
소하는 행정과 조직 운영을 담당하며 국가 시스템을 구축한 인물이고, 장량은 전쟁터에서 전략을 지휘하며 한나라 건국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영체제에서도 이와 유사한 구도가 보인다.
정지영 대표는 장량처럼 현장 전략가로서 현대백화점의 영업을 총괄하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반면 장호진 대표는 소하와 같이 내부에서 지주회사 체제 정비와 그룹의 경영 전략을 총괄하며 현대백화점그룹의 장기적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오랜 숙제였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지주회사 체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정지선 회장이 장호진 대표와 정지영 대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현대백화점그룹의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시장의 위기 속에서도 더현대 서울이라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낸 현대백화점그룹이 지주회사 체제 안착과 함께 또 한 번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