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양학원과 KCGI 간 한양증권 인수합병(M&A) 절차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소액주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5일 한양증권 주식은 1만208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양증권 주가는 2024년 7월 M&A 소식이 전해지며 급등해 8월 장중 1만941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인수가 늦어지며 현재까지 고점 대비 37.8%가량 하락했다.
▲ 한양학원과 KCGI 간 한양증권 인수합병(M&A) 절차가 난항을 겪고 있다. |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M&A가 지연을 넘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잔류 결정에서 M&A 과정의 어려움을 엿볼 수 있다.
임 대표는 2월28일 다올투자증권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오르며 다올투자증권으로의 이동이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3월14일 임 대표가 갑작스레 한양증권에 남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이적도 무산됐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잔류 결정을 앞두고 임 대표와 사전 교감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대표이사급 거취가 갑작스레 엎어진 것을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임 대표가 잔류를 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내부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라며 “그 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파킹딜’ 조항이 존재했다는 증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파킹딜은 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처럼 위장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찾아오는 계약이다. 거래 성격이 대출과 비슷해 유동성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다.
한양증권 M&A와 관련한 잡음은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2024년 7월 한양증권 입찰 당시 인수 후보를 사전에 정한 뒤 형식적으로 입찰을 진행했다는 ‘수의계약’ 의혹이 제기됐다.
매각 주관사 없이 한양대 재단 사무국이 매각을 자체 진행한 점이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M&A 경험이 충분한 경우에만 주관사를 선정하지 않는데, 한양학원은 관련 경험이 전혀 없어 특정 인수 후보를 미리 정해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또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하지 않고 일부를 남겨놓아 의혹을 샀다. 파킹딜 논란이 유발된 지점이다.
한양학원은 한양증권 지분 16.2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40.99%를 보유하고 있다.
한양학원은 8월 보유지분 가운데 11.29%,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 29.6%를 KCGI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매각 뒤 한양증권 보유 지분은 4.99%가 된다.
증권업계에서는 경영난을 맞은 재단을 살리려 지분을 처분하는 상황에서 일부 지분을 남기는 상황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KCGI는 인수 입찰 경쟁 당시 한양증권 지분 29.6%를 주당 6만5천 원에 매수하겠다고 써냈다.
당시 주가보다 3배 이상 높은 가격에 입찰한 것이라 소액주주들로부터 경영권 프리미엄이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경영권 변경 시 일반주주 권익 제고를 위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필요성도 제기됐다.
KCGI는 우선 협상대상자가 된 뒤 인수가를 주당 5만8500원으로 낮췄지만 여전히 주가와 괴리가 큰 상황이다.
▲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11일 KCGI의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
한양증권 소액주주들만 피해를 입은 상황 속에서 11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KCGI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전해지며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조사4국은 과거 롯데쇼핑, 현대오토에버, 대한항공 등의 M&A 과정을 조사한 적 있지만 모든 M&A를 대상으로 조사를 개시하지 않았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조사4국이 KCGI의 혐의점을 어느 정도 파악한 뒤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추징금 역시 피할 수 없으리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KCGI는 주식매매계약(SPA) 기한인 6월 말까지 인수 절차를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무조사와 추징금 부과로 M&A가 무산된 전례는 없지만, 불확실성이 커지며 한양증권 주가에 부정적 영향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배당 등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