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2025-03-25 16: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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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이사(사진)이 필요하다면 경영권 매각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재무구조 개선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 한국IR협의회 유튜브 화면 갈무리 >
[비즈니스포스트] 한때 기업가치 ‘1조 원’을 인정받고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의 인수 대상으로 거론됐던 이오플로우가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이사는 미국 연방항소법원에서 항소심이 실질적인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비용절감과 투자유치를 통해 회생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필요하면 경영권 매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25일 이오플로우에 따르면 김재진 대표는 주식 거래정지 기간에 회사 재무구조를 정상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오플로우는 2024년 사업연도 정기인의 감사보고서상 감사 의견에서 ‘의견 거절’을 받으며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현재 주식 거래는 정지된 상태다. 코스닥 시장 상장사가 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게 될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되며 거래가 정지된다. 상장폐지 실질 심사 대상에도 오른다. 이번이 첫 감사의견 거절인 만큼 4월11일까지 한국거래소에 이의신청을 제출하면 개선 기간을 부여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23일 주주서한을 통해 “재무제표 개선을 위한 신규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며 “필요할 경우 대주주 변경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오플로우 주식 270만 주(지분율 7.8%)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지분율도 낮은 수준이지만, 추가 지분 희석과 경영권 매각까지 감수하며 회사 생존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에도 주주서한에서 15억 원 규모 개인 자금을 투입하고 내부 구조조정까지 단행했지만, 상장폐지 사유를 막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 이오플로우는 2021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착용형 기기(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이오패치(사진)’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오플로우>
이오플로우의 위기는 지난해 말 미국 경쟁사 인슐렛과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패소한 영향이 컸다.
이오플로우는 2021년 인슐렛(2005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착용형 기기(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상용화에 성공했다. 대표 제품 ‘이오패치’는 인슐린 조절이 어려운 제 1형 및 2형 당뇨 환자에게 외부에서 자동적으로 인슐린을 주입해 원활하게 혈당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이오플로우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메드트로닉’으로부터 약 971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당시 메디트로닉은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이사를 비롯해 루이스 말레이브 이오플로우 미국법인 사장 지분을 인수한 뒤, 이오플로우 주식 전량을 공개매수한 후에 상장폐지하려 했다.
그러나 같은 해 8월, 인슐렛이 이오플로우가 자사 제품인 ‘옴니팟’의 기술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메드트로닉은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법적 공방 끝에 이오플로우는 2024년 12월4일 미국연방지방법원 1심 배심원 평결에서 인슐렛에 4억5200만 달러(약 6644억 원)를 손해배상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후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고, 이 과정에서 385억 원 규모 유상증자가 철회됐다. 전환사채 투자금 회수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오플로우는 아직 관련 충당부채를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다. 반영 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된다. 2024년 말 기준 이오플로우의 자본은 54억 원, 부채는 521억 원이다.
법적 비용도 실적에 큰 부담이 됐다. 이오플로우는 2023년에만 약 200억 원을 소송비로 지출했고, 이로 인해 판매관리비는 2023년 375억 원에서 585억 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393억 원에서 610억 원으로 확대됐다.
김 대표는 항소심에서 승산이 있다고 자신하며, 이를 회생의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이오플로우에 따르면 이번 소송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영업비밀 침해 시효’에 대한 법적 해석이다. 1심을 담당한 연방지방법원은 영업비밀과 직접 관련 없는 2010년 증권사기 사건 판례를 근거로 소송 제기 가능 기간(제척기간)을 판단했다.
그러나 2016년 제정된 연방영업비밀보호법(DTSA)은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일관되게 3년의 제척기간을 적용해온 만큼, 항소심에서는 이 해석이 바로잡힐 수 있다는 게 이오플로우 측 기대다. 항소심은 기존 서류에 대한 법률 검토 위주로 진행되는 법률심인 만큼 소송 비용도 50억 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오플로우는 설령 1심 최종 판결에서 패소해도 외부 투자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가총액 511억 원 수준에서 거래가 정지된 현재 상황이 오히려 일부 투자자에게 저평가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오플로우와 인슐렛 간 소송은 현재 연방지방법원 1심 배심원 평결만 나온 상태이며 1심 최종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