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런던에 위치한 국제해사기구(IMO) 본부. 국제해사기구는 다음 달 7일부터 영국 런던에서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3)'을 연다. <국제해사기구>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최초 글로벌 해운 탄소세의 시행안이 곧 나올 것으로 전망됐다. 해운 탄소세가 도입되면 글로벌 해운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도 보유 선대를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
이에 친환경 선박 건조 기술을 보유한 한국 조선사들은 올해도 안정적으로 수주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관련 외신 보도와 증권사 리포트 등을 종합하면 다음 달 열리는 국제해사기구(IMO) 회의에서 글로벌 해운 탄소세 시행안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해사기구는 다음 달 7일부터 11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3)'를 연다. 이번 회의의 최우선 논의 안건은 지난해 3월 2027년에 시행하기로 합의한 해운 탄소세 금액을 결정하는 것이다.
해운 탄소세 금액이 확정된다면 세계 각국이 일괄적으로 특성 산업 분야에 탄소세를 매기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MEPC 83에서는 중기 온실가스 감축 규제가 승인돼 올해 가을에 열릴 MEPC 특별 회의에서 채택 후 2027년부터 발효될 예정"이라며 "또 온실가스 부과금 제도 및 해양 오염 방지 협약(MARPOL) 개정안에 보다 구체적인 사항들의 조정과 함께 환경 규제 강도 및 조치에 대해 명확한 합의점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애초 해운 탄소세 시행안은 지난달 열린 정례회의에서 확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합의는 4월 런던 회의로 연기됐다.
해양산업 전문매체 '오프쇼어 에너지'는 지난달에 탄소세 시행안이 확정되지 못한 이유를 두고 "시행 금액을 놓고 각국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제해사기구 회원국 사이에서는 논의되는 금액은 온실가스 1톤당 18달러(약 2만 6454원)부터 150달러(약 22만 원)까지 편차가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다.
마셜군도 등 도서국가들은 150달러 수준의 강력한 탄소세 부과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등 해운 대국들은 금액을 최대한 낮게 잡으려고 하고 있다.
이에 알리 모하메드 케냐 기후특사는 24일(현지시각) 클라이밋홈뉴스 사설을 통해 "기후변화에 케냐 등 개발도상국들은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기후대응에 들어갈 재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국제해사기구 회원국들이 서둘러 최종안 합의를 도출해달라"고 촉구했다.
오프쇼어 에너지는 해운 탄소세 금액에 이견이 있지만 유럽연합, 일본, 한국, 영국 등 주요국들 모두가 탄소세 시행을 지지하는 만큼 MEPC 83에서 탄소세 최종안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세계은행은 해운 탄소세가 1톤당 100달러 수준으로 책정된다면 2025년부터 2050년까지 매년 글로벌 해운업계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최대 600억 달러(약 88조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미 유럽연합(EU), 미국 등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압박을 받고 있는 해운업계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유럽연합은 '퓨얼EU마리타임' 규제를 통해 올해 1월부터 2029년까지 자국 항구에서 운항하는 상업 선박이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씩 줄일 것으로 요구하고 2050년에는 최종적으로 80%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2023년 발의하고 지난해 채택한 '친환경 해운법(CSA)'를 통해 자국 해역에서 운항하는 총톤수(GT) 400 이상에 해당하는 모든 선박들이 2040년까지 연료를 통한 탄소 배출량을 0%까지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클라이밋홈뉴스는 높아지는 탄소세 도입 가능성이 글로벌 해운사들이 앞다퉈 친환경 선박 도입에 나서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친환경 선박을 도입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 탄소세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각국 규제 기준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하메드 대사는 "해운 탄소세를 향한 지지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전 세계 선박의 약 3분의 2를 보유한 60여 개국 모두가 이를 지지하고 있다"며 "해운 탄소세 도입은 저탄소 선박, 친환경 연료, 회복력 높은 항구 인프라를 향한 투자를 늘리고 저탄소 경제가 번창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화오션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초대형 컨테이너선. <한화오션> |
실제로 친환경 선박 건조 기술을 보유한 국내 선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수주고를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한화오션은 대만 해운사 애버그린으로부터 2만 4000TEU(표준 컨테이너 규격)급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했다.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은 기존 선박유와 LNG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엔진을 말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친환경 엔진으로 분류된다.
HD현대이엔티와 목포해양대학교 등이 합작해 지난해 9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다이렉트'에 등재한 논문에 따르면 연료의 40%를 LNG로 교체하면 해운 분야의 지구온난화 잠재 영향이 42.3% 감소한다.
한화오션에 따르면 애버그린은 앞으로도 친환경 선박 추가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앞서 올해 1월 HD한국조선해양도 유럽 선사와 3조7160억 원 규모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선박들도 한화오션과 마찬가지로 LNG 이중연료 추진선이다.
한승한 연구원은 "점진적으로 강화되는 국제해사기구 환경규제와 동시에 노후선대 교체 사이클까지 맞물리고 있다"며 "올해 4월MEPC에서 온실가스 중기 조치 및 규제안이 합의된다면 이중연료 선대 비중 확대 속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국내 이중연료 엔진 제작업체들의 구조적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