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신청을 계기로 이마트 실적 반등의 기회를 잡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정용진 회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신세계남산’에서 열린 ‘2025년 신세계그룹 신입사원 수료식’에 참석해 질의 응답을 하는 모습. <신세계그룹> |
[비즈니스포스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이마트 할인점 공격적 출점 전략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이 오비이락(烏飛梨落)처럼 겹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해 이마트는 1년 만에 연간 적자를 끊어냈지만 그룹의 핵심인 할인점 이마트는 여전히 뚜렷한 실적 반등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의 기업회생(법정관리) 신청이 국내 유통업계를 뒤흔드는 가운데
정용진 회장이 완전한 위기 극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이마트에 따르면 다음 달 서울 강동구에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을 새로 연다. 푸드마켓은 유통시장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이마트 본업 경쟁력 강화를 내세운 신선식품 특화 매장이다.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트레이더스)도 인천 남동구에 신규 출점을 준비 중이다. 올 10월 개장을 목표로 한다.
앞서 지난달엔 서울 강서구에 트레이더스 마곡점이 문을 열었다. 이마트는 3년 내 매출 최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보고 마곡점을 역대 최대 규모로 출점했다. 최대 상권인 수도권에만 올해 3개 매장을 새로 내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이마트는 2027년까지 신규 점포 3곳 이상을 열고, 신규부지도 5곳 이상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국내 할인점 이마트 매장 순증감세를 살펴보면 2020년 1개의 매장이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점포수가 1~3개 줄었다. 지난해만 해도 수성점이 문을 열었지만 펜타포트점과 상봉점이 폐점해 1개가 감소했다.
정 회장은 이마트가 사상 첫 연간 적자를 내면서 창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던 지난해 3월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이마트는 연간 연결 영업이익 471억 원을 내며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일회성 비용을 빼면 이익 규모가 2603억 원으로 뛴다.
이마트는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도 지난 1년 동안 진행한 강력한 쇄신과 혁신을 바탕으로 본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개선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올해 들어 이마트 출점 전략 기조가 바뀐 건 정 회장이 효율적 점포 운영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마무리됐다고 보고 외형 성장에 다시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달 12일 연간 실적과 함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며 “외형 성장을 재개하는 것으로, 3년 안에 경쟁자를 압도하는 실적을 창출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주주 이익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2027년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 14일 오전10시 트레이더스 마곡점 개장 직전 입구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
다만 지난해 이마트 본원 경쟁력의 핵심인 할인점 이마트는 199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일회성 비용을 제외해도 2023년보다 영업이익이 최대 91억 원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내수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유통업계의 무게추가 온라인으로 기우는 가운데 할인점 이마트는 지난해 또 한 번 뒷걸음친 것이다.
증권업계에선 일제히 올해 이마트가 실적 회복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마트가 실적 개선 폭을 확대하고 기업가치를 개선하기 위해선 할인점 매출 낙폭을 줄이고 본업 수익성 개선을 가시화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가 흔들리고 있다. 작년 말 점포 수 기준 홈플러스(127개)는 이마트(154개)에 이은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 업체다.
홈플러스는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자사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하향하자 단기자금 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이달 초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와 관계없이 모든 채널을 정상운영한다고 밝혔지만 단기적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마트 매장 50% 이상은 홈플러스 인근에 위치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 회장은 법원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신청을 받아들인 바로 다음날 취임 1주년 보도자료를 통해 “압도적 본업 경쟁력으로 성장 페달을 밟는다”며 “성장 본격 재개”를 선언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홈플러스 영업환경 차질로 인한 시장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해 이마트로의 고객 유입이 전망된다”며 “올해 가이던스로 제시한 이마트 기존점 성장률 3%는 다소 공격적 목표치로 여겨졌으나 영업 환경 변화로 객수와 객단가 모두 상승이 예상돼 기대감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