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인도 스리페룸부두르 가전 공장에서 다시 한번 파업이 시작되면서 노사 갈등 장기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에 인도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시장 공략에 나선 삼성전자의 입지가 불안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노사 갈등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조 파업이 장기화되면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한 ‘넥스트 차이나’ 인도에서 삼성전자의 성장동력이 꺾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가전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2월5일부터 시작된 삼성전자 인도 스리페룸부두르 공장 파업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도 매체 더힌두는 최근 인도노동조합센터(CITU)가 지원하는 삼성인도노동조합(SIWU)과 삼성전자 경영진이 27일 협상을 진행했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끝났다고 보도했다.
이번 파업의 원인은 삼성전자가 SIWU 임원 3명을 해고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31일 이들은 삼성전자 인도법인 상무를 만나 직원들의 노동 강도 문제에 관한 협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해당 요청을 거절했고, SIWU는 30분 동안 공장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4일과 5일 해당 3명에게 정직 명령이 내려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관련된 14명의 직원도 추가 정직 처분했다.
이에 500여 명의 노동자들이 2월5일부터 파업을 시작했다. 이는 전체 공장 노동자 1800여 명 가운데 27.7%에 해당한다. 현재 노조는 이들의 복직을 포함한 복지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인도 카밀나두주 당국이 삼성전자 인도 공장 파업을 해결하기 위해 나섰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시위가 확산될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첸나이 외곽에 있는 오라가담-칸치푸람 산업 지대의 다양한 산업 종사자들은 지난 21일 파업 중인 삼성전자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 CITU 지도부는 3월8일 칸치푸람에서 1만5천 명 규모의 파업을 조직하겠다고 밝혔다.
▲ 2024년 9월11일 천막을 설치하고 파업 시위중인 삼성전자 인도 가전공장 노동자가 노조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삼성전자 스리페룸부두르 공장 파업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에도 스리페룸부두르 공장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인정과 근로조건 개선, 임금 인상, 복지 확대 등을 요구하며 38일 동안 시위를 벌였다.
파업이 합의에 도달했을 당시 삼성전자는 노동조합 설립을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했지만, 200일이 넘는 법정 다툼 끝에 지난 1월27일 타밀나두 지방법원은 삼성인도노동조합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번 파업은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인도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모든 직원이 회사 정책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정책을 위반하는 사람은 적법 절차를 거쳐 징계 조치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히며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다.
삼성전자 인도법인은 매출 타격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파업이 지속되면서 현재 해당 공장은 일부 생산라인만 가동되고 있다.
삼성전자 스리페룸부두르 가전 공장에서는 삼성전자 인도 매출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연간 120억 달러(약 17조5천억 원)의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인도법인 2024년 매출 17조490억 원, 순이익 1조408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각각 12.04%, 22.12% 성장했다. 인도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파업이 발목을 잡기 시작한 셈이다.
인구가 14억 명이 넘는 인도는 연평균 경제 성장률이 6~7%에 달한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인도는 ‘넥스트 차이나’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인도 국민의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인도에서 판매된 스마트폰의 10%가 인공지능(AI) 스마트폰이었으며, 2027년 4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024년 인도에서 AI 스마트폰인 갤럭시S24 시리즈를 3466만 대 판매했다. 이는 전작인 갤럭시S23 시리즈 판매량인 2941만 대보다 18% 더 늘어난 수치다.
인도 가전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인도 TV 시장점유율은 22%에 달했다. 또 에어컨(20%), 냉장고(14%), 세탁기(12%) 부문에서도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1월 열린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현재 인도사업의 70%가량이 스마트폰에서 나오지만 이는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도 가전 보급률이 초기단계여서 가전대 모바일 비중은 50:50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리페룸부두르 공장 파업은 이와 같은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파업에 따른 공장 가동률 하락도 문제지만 기업 이미지 타격이 더 심각하다. 인도 주요 매체들은 삼성전자의 파업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업이 길어지면서 근본적 해결책을 찾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며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이 갈 수 있어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