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틀에 걸쳐 각각 국회 원내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진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관세 전쟁, 인공지능(AI)의 대두 등 경제 현안이 산적해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현안 대응 태도'에서 차이가 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AI’와 ‘트럼프’라는 열쇠말을 통해 연설문을 살펴보면 차이는 더욱 현격했다.
권성동 대표는 11일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AI라는 단어를 단 두 번 사용했다.
권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AI,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 육성에 우리 미래가 좌우되는 시대에현장 에너지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라며 “지역화폐와 같은 정쟁의 소지가 있는 추경은 배제하고 내수회복, 취약계층 지원, AI를 비롯한 산업통상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경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은 에너지 산업과 추경 관련 이야기의 운을 띄우는 데만 사용한 셈이다.
반면 이재명 대표의 전날 대표 연설에는 AI라는 단어가 총 17번 등장한다.
이 대표는 AI와 관련해 두 부분으로 나눠 접근했다. 하나는 AI 시대에 찾아오고 있는 노동 시스템적 변화와 관련된 대목이었고, 다른 하나는 AI 산업의 발전 필요성과 지원책에 대한 주장이었다.
이 대표는 “AI혁명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필요하다”며 “AI시대를 대비한 노동시간 단축, 저출생과 고령화, 생산인구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본인의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아젠다와 결부시킴과 동시에 최근 이 대표가 강조하고 있는 인공지능 산업의 ‘성장’에도 방점을 찍은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을 두고도 권 원내대표와 이 대표의 태도는 엇갈렸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를 딱 한 번 언급했다. 그마저도 “대한민국의 조선 산업을 트럼프 대통령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해 시급한 현안인 관세 전쟁과 무관한 내용이었다.
반면 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에 집중했다.
이 대표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단 두 차례 언급했지만 그 비중이 달랐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함께 무역전쟁의 서막이 열렸다”라며 “정치가 앞장서서 통상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와 함께 북미대화 가능성도 짚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 의지를 밝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며 “북한에게 대화 복귀도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권 원내대표는 연설의 상당 부분을 ‘상대방’을 언급하는데 할애했다. 작심한 듯 이 대표와 민주당을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실제 권 원내대표는 이번 연설에서 ‘이재명’이라는 단어를 20번, ‘민주당’이라는 단어를 무려 45번 사용했다.
반면 이 대표는 연설문에서 ‘국민의힘’이라는 단어를 두 번 사용했으며 권 원내대표를 포함해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윤석열 대통령,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 여당 측 인사의 이름은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을 언급한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비판 보다는 ‘협치’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에 가깝다.
이 대표는 연설에서 “만시지탄이지만 국민의힘이 (국민연금) 모수 개혁을 먼저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국민의힘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는 민주당의 최종안인 45%와 1%의 간극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