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외국인투자자 누적 순매수 1위 종목은 SK하이닉스(1조3834억 원)로 집계됐다. 네이버(2628억 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1875억 원) 한화오션(1712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1026억 원) 등과 비교해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셈이다.
외국인투자자는 1월 코스피시장을 9927억 원어치 팔았고 삼성전자는 1조7325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투자자의 SK하이닉스 압도적 순매수는 인공지능 반도체 성장에 관한 믿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 주가 수익률도 이에 화답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설 연휴 전(24일)까지 1월 누적으로 27.1% 상승률을 기록하다 1월 말일인 31일 9.86%(2만1800원) 급락해 20만 원을 밑돌아 1월 수익률은 14.5%로 집계됐다.
1월 마지막 날 큰 폭 하락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4.9%보다 3배가량 높은 수준인 셈이다. 중국의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인공지능 모델 R1을 출시하면서 미국 오픈AI에 필적한 성능을 구사했다는 소식에 SK하이닉스 주가가 큰 폭 약세를 기록했다.
딥시크의 R1이 엔비디아의 최첨단 AI가속기 H100 대신 성능이 뒤처지는 H800을 사용하면서, 낮은 비용으로도 미국 대형 기술기업의 인공지능과 맞먹는 성능을 낸다는 점이 부각됐다.
딥시크의 대규모언어모델(LLM) V3 개발에 600만 달러가 투입돼 오픈AI가 챗GPT에 투입한 비용의 2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돼 SK하이닉스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셈이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등장은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만이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개발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개발비용에 관한 의구심은 있지만 딥시크 성공이 사실이라면 효율적 인공지능 개발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딥시크가 챗GPT와 비교해 메모리반도체를 75% 덜 사용했다는 일부 보도가 있다”며 “실제라면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미국 대형 기술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에 의지를 바탕으로 투자금액을 늘릴 방침을 세워둔 만큼 SK하이닉스가 주도주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30일 실적 발표를 통해 “딥시크가 도입한 몇 가지 혁신적 기술들을 분석하고 있다”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인공지능 인프라와 자본지출에 관한 대규모 투자가 전략적 이점이 될 것”이라며 투자 의지를 보였다.
메타는 2025년 설비투자 예상 규모를 600~650억 달러로 제시해 2024년 400억 달러보다 60% 이상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최신 인공지능 칩 구매를 통해 올해 말까지 130만 대 이상의 그래픽처리장치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또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도 “딥시크는 실질적 혁신이라 생각한다”면서 “AI에 더 효율적 접근이 가능해져 기하급수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고 내다봤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설비투자에 800억 달러를 집행해 2024년 557억 달러보다 43% 늘리기로 했다.
아마존도 올해 800억 달러의 설비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2024년 설비투자의 750억 달러를 썼고 올해는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할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즉 딥시크가 불러온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SK하이닉스 주가 반등할 수 있는 셈이다. SK하이닉스 주가는 부정적 전망이 나올 때마다 꺾이기도 했지만 부정적 전망이 긍정적 기대로 바뀌면서 주가 반등에 성공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충격에 인공지능 관련주 주가가 급락했다가 대부분 반등에 성공했다”며 “기술 효율개선에 따른 비용절감은 기술확산의 전형적 패턴으로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확대를 저해하는 요소가 아니다”고 짚었다.
황 연구원은 “인공지능 훈련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추론에 필요한 인프라와 비용은 더 필요하게 된다”며 “고성능 인공지능 칩에 관한 수요는 아직 종착점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를 중심으로 이익체력이 개선됐다는 증권가 분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 주가는 증시 충격이나 반도체업황 불확실성이 올라올 때마다 큰 폭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다시 반등에 성공해 복원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삼성전자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 셈이다.
지난해 7월 이후 미국 경기둔화 가능성과 함께 메모리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심화하자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해 9월 말 15만 원을 밑돌기도 하며 크게 밀렸지만 다시 20만 원 선을 회복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수요가 꾸준할 것이란 기대와 이익체력이 올라왔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온 영향으로 풀이됐다.
다시 지난해 11월 미국이 반도체 관련 중국 제재를 더욱 강하게 죄고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다시 둔화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자 SK하이닉스 주가는 16만 원선까지 밀렸지만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가 견조할 것이란 기대에 다시 주가는 20만 원선으로 올라왔다.
SK하이닉스는 23일 지난해 4분기 8조828억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호실적을 발표했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려 삼성전자를 제치고 4분기 영업이익 1위 자리에 올랐다.
다만 당일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면서 SK하이닉스 주가는 하락했는데 이어 24일 10곳의 증권사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올려 잡자 매수세가 다시 몰려 주가가 회복됐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충격은 단기적으로 인공지능 그래픽처리장치를 포함한 하드웨어업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SK하이닉스는 수익성 위주 공급·투자 기조와 고대역폭메모리 고객다변화 전략으로 낮은 실적 변동성에 기반한 고성장을 추구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