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2-0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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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만호 무신사 대표이사가 지난해 복귀 이후 상장을 위한 준비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오며 올해 기업공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무신사의 올해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조만호 무신사 대표이사가 복귀한 이후 무신사는 뷰티 부문의 과감한 투자를 통해 외형 확장에 박차를 가해왔다. 동시에 테크와 브랜드 부문에 전문 인력을 잇달아 영입하며 전문성을 대폭 강화하는 행보를 보였다.
그동안 무신사는 충분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때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는데 조 대표의 복귀 이후 본격적인 준비 작업이 뒷받침된 만큼 올해 IPO 추진에 한층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서는 올해 무신사의 상장 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무신사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온 상장 가능성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다만 지난해 조 대표 복귀 이후의 행보를 보면 상장에 앞서 기업가치 확대를 위한 기반을 적극적으로 다져온 모습이 포착된다. 조 대표는 2021년 특정 고객 대상 쿠폰 발행 논란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가 3년 만인 지난해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조 대표가 복귀 후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단연 외형 확장이다. 특히 무신사의 뷰티 전문관인 ‘무신사뷰티’를 통해 수익성과 객단가가 높은 뷰티 사업을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 무신사뷰티는 2022년 론칭했으나 지난해부터 첫 대형 오프라인 팝업 행사를 개최하고 홍보대사를 선정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최근 뷰티업계의 화두인 미용기기 기업까지 입점시키며 최신 트렌드에 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무신사의 연결기준 매출은 2021년 5202억 원, 2022년 7085억 원, 2023년 9931억 원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조 원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적극적 인재 영입을 통해 외형 확장뿐 아니라 전문성 강화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해 10월 전준희 요기요 전 대표이사를 테크 부문장으로 선임하며 기술 전문성 강화를 본격화했다. 전준희 부문장은 무신사 법인을 포함해 계열사를 아우르는 팀무신사 전체의 기술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전준희 부문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한 테크 전문가로 구글 TV 플랫폼과 유튜브 TV 총괄 엔지니어링 디렉터 등을 역임했다. 이후 우버 신사업팀 엔지니어링 디렉터, 쿠팡 엔지니어링 부사장 등을 거쳐 2022년 요기요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합류했다.
올해 1월에는 브랜드 부문 조직을 신설하고 부문장으로 최운식 이랜드월드 전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최운식 부문장 역시 ‘뉴발란스 1조 신화’를 이끈 ‘브랜딩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최 부문장은 이랜드그룹 공채 출신으로 입사해 아동패션 브랜드장과 글로벌 스파오BU장을 거쳐 이랜드월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 최운식 무신사 브랜드 부문장(왼쪽)과 전준희 무신사 테크 부문장. <무신사>
업계에서는 무신사가 올해 상장에 대한 의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낼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무신사는 2019년 벤처기업 세콰이어캐피탈로부터 938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2024년 기업공개를 조건으로 연이자 8%와 함께 투자금을 반환하는 계약(풋옵션)을 체결했다.
무신사의 성장세가 안정적인 만큼 당장 풋옵션이 행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상장 작업이 계속 지연될 경우 올해 풋옵션이 발동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올해도 IPO 시장의 한파가 이어질 가능성을 근거로 무신사의 IPO 추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제기한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 기업 수는 128개로 최근 3년간 가장 저조한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장 기업들의 주가 흐름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작년 하반기 상장한 코스피·코스닥 기업 48곳 가운데 상장 당일 종가가 공모가를 밑돈 기업은 절반에나 이른다. 상반기 HD현대마린솔루션, 에이피알 등 대어급 기업이 잇따라 증시에 입성하며 공모주 투자 열기가 뜨거웠으나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다만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도 에이피알과 더본코리아 등 IPO에 성공한 사례가 있는 만큼 무신사가 상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2월 상장 당시 일반 청약에서 1112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4조 원의 증거금을 확보한 바 있다. 특히 에이피알은 무신사와 기업 설립 시기와 사업 영역에서 유사한 점이 많아 무신사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의식할 수밖에 없는 사례로 평가된다.
에이피알은 2014년 설립된 뷰티 기업으로 2012년 법인으로 설립된 패션·뷰티 기업 무신사와 비교하면 사업 영역에 다소 차이가 있다. 에이피알은 뷰티를 주력으로 하고 무신사는 패션을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다르지만 무신사가 최근 뷰티로 사업을 확장하며 두 기업 간 공통점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에이피알이 무신사보다 늦게 설립됐음에도 상장을 먼저 성공시켰다는 점은 무신사에 상당한 자극이 될 수 있다. 에이피알의 상장 성공 사례가 무신사로 하여금 상장 시기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무신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IPO 시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