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고려아연 주가가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고려아연 주가는 경영권 분쟁이 격화할 때마다 요동치는 모습을 보였는데 지난해 12월 지분 경쟁이 소강상태에 이른 뒤부터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에 따라 경영권 분쟁 승패가 좌우돼 주가 흐름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 고려아연이 23일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사진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
8일 고려아연 주가는 전날보다 3.22%(3만 원) 떨어진 90만2천 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 때 89만 원에 거래되며 90만 원이 무너지기도 했다. 고려아연 주가가 90만 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1월26일 이후 약 한 달 반 만이다.
고려아연 주가가 경영권 분쟁 이슈가 한창인 지난해 12월6일 240만7만 원까지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한 달 사이 60% 이상 빠진 것이다.
이날 주가 하락에는 전날(7일)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 경영진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패스트트랙(신속 수사전환)으로 이첩했다는 소식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4일부터 10월23일까지 주당 89만 원에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한 뒤 2조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해 비판을 받았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대부분을 차입금 상환이 사용하기로 하면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무리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왔고 결국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를 철회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법무법인 강한도 전날 최 회장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 및 특정경제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고소장을 서울남부지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23일 열릴 임시주주총회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려아연 주가가 경영권 분쟁 관련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큰 변동폭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고려아연이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도입하겠다는 ‘집중투표제’ 관련 결과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 회장 측은 임시주총 의안으로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상한 19명 △발행주식 액면분할 △소액주주 보호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등을 제안했다.
지난해 말 기준 MBK·영풍연합이 고려아연 지분 46.7% 정도를 쥐고 있고 최 회장 측이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한화(8%), 현대차(5%), LG(2%) 등을 포함해 40% 안쪽으로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양 측의 지분율 차이가 크다.
이에 최 회장이 MBK·영풍 연합이 이사회 과반을 장악한다는 전략을 막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들고 나왔다는 해석이 나왔다.
집중투표제는 회사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소액주주에 유리한 제도로 평가된다.
최 회장 측이 집중투표제 카드를 꺼내들자 MBK·영풍연합은 지난해 12월30일 고려아연이 집중투표체 도입을 전제로 한 이사 선임 안건을 임시주총 안건 상정에 올리면 안 된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MBK·영풍연합이 낸 집중투표제 의안상정금지 가처분 신청을 놓고 17일 심문을 진행한다.
▲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 경영진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패스트트랙으로 이첩했다. |
시장에서는 심문 이후 곧바로 주총이 열리는 만큼 결과가 빠르게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의 가처분신청 인용 등으로 고려아연에 집중투표제가 도입되지 못하면 MBK·영풍연합이 이사회를 장악해 경영권 분쟁을 승리로 가져갈 수 있다.
반면 도입이 무산된다면 한쪽이 완전히 경영권을 장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MBK·영풍 측은 3월 정기주총뿐 아니라 추가로 임시주총을 열어 이사를 확보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MBK·영풍 측은 결국 이사회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지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MBK·영풍 측은 기본적으로 집중투표제 도입에는 원론적 동의를 하고 있지만 이번 임시주총이 아닌 이사회 개편이 된 다음 도입하자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밸류업과 소액주주 보호라는 큰 흐름에 MBK·영풍 측이 무작정 집중투표제에 반대를 던지는 것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밖에 MBK·영풍 측은 이사수 상한 19인 설정 등을 반대하고 나섰다. MBK·영풍 측은 14명의 신규 이사를 선임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법원이 집중투표제 관련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표결로 넘어가 의결되면 다음 단계에서 이사 수 상한 19인 안건 투표도 진행되고 이 단계를 지나면 현재 이사회 12명을 제외한 7명 신규 이사가 집중투표제로 선임된다.
반면 집중투표제 의안이 부결되면 이사 수에 상한이 없다는 점을 전제로 보통결의을 통해 이사 선임 안건을 표결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소액주주들은 집중투표제 도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는 “2022년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해왔다”며 “경영권 분쟁 승패와 상관없이 장기적으로 고려아연 소액주주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