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DL이앤씨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DL이앤씨는 지난해 세웠던 대부분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연결기준 경영 목표로 수주 10조3천억 원, 매출 8조6천억 원, 영업이익 2900억 원, 주택 착공 1만7162세대 등을 잡았다.
DL이앤씨는 지난해 수주목표치보다 1조 원 가량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DL이앤씨는 지난해 1~3분기 신규수주 5조9716억 원으로 목표 달성률이 58%에 그쳤다. 증권업계에서 바라본 4분기 수주 추정치 3조2천억 원을 더하면 모두 합쳐 9조1천억 원 정도다.
실적에서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DL이앤씨의 지난해 연결기준 실적 추정치는 매출 8조784억 원, 영업이익 2737억 원이다.
DL이앤씨는 지난해 착공 세대 수도 1만1900세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별로 DL이앤씨 8천 세대(목표 1만60세대), 자회사 DL건설 3900세대(목표 7102세대) 모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DL이앤씨의 지난해 최종 경영목표는 박 대표 선임이 결정된 8월 초에 2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한 차례 낮춰잡은 수치다. DL이앤씨는 지난해 연초에 수주 11조6억 원, 매출 8조9천억 원, 영업이익 5200억 원을 계획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DL이앤씨가 목표의 눈높이를 낮춤과 동시에 2분기 DL건설에서 강도 높은 원가율 조정 및 대손 반영을 진행한 것은 8월14일 공식 취임하며 4년여 만에 회사로 복귀하는 박 대표의 경영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DL이앤씨의 성과는 낮아진 목표치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DL이앤씨의 상황을 고려하면 박 대표에게 지난해 저조한 실적은 더욱 아쉬울 수 있다.
DL이앤씨는 대림산업의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사업본부 인적분할로 새 출발한 2021년 이후 꾸준히 영업이익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에는 실적 반등에 의욕을 보이며 연초 5200억 원의 영업이익 달성을 내걸은 것인데 한 차례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목표치에 미달한 성적을 냈다. 건설업계에서 수주, 매출뿐 아니라 영업이익 목표까지 시장에 공개하는 경우는 드물다.
DL이앤씨가 양호한 현금흐름을 포함해 넉넉한 유동성을 확보했고 다른 재무지표들도 건전성을 확보한 건설사로 평가되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DL이앤씨의 지난해 1~3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165억 원이다. 삼성물산을 제외한 10대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같은 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인 상태에서 1년 전보다 더 나아진 곳이다.
DL이앤씨의 지난해 3분기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9930억 원에 이른다. 3분기 말 부채비율 104.2%, 차입금의존도 13.2% 등 역시 건설업계에서 최고 수준이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지난해 12월20일 DL이앤씨 평가보고서에서 “DL이앤씨는 지난해 9월 말 연결기준으로 차입금(1조3천억 원)을 웃도는 현금성자산을 확보했다”며 “대외환경 변화에 충분히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수익성이 높은 플랜트사업에 힘을 실어 오며 수주에서 내실을 다져 왔다는 점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DL이앤씨는 2021년 말 2조6169억 원 규모의 플랜트부문 수주잔고를 지난해 3분기 말 4조5211억 원까지 끌어올렸다.
DL이앤씨 지난해 1~3분기 플랜트부문 원가율은 83.2%로 주택부문(92.8%) 및 토목부문(90.2%)과 비교해 큰 폭으로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는 향후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업황 개선 때 빠른 턴어라운드(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다”며 “이익률이 높은 플랜트 비중이 늘어나고 있으며 향후 플랜트를 중심으로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장상유 기자